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한 일본계 금융회사 J트러스트가 국내 대출채권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J트러스트가 서민금융이 본업인 저축은행을 인수해 놓고 신용대출은 소홀히 한 채 채권 추심업에 너무 치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J트러스트는 올 1월과 6월에는 친애저축은행을 통해 솔로몬, HK저축은행에서 각각 3270억원, 1736억원의 대출채권을 매입했다. 이 중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은 1건당 약 684만원의 소액대출로 상당수가 20~30%의 고금리 대출이다. J트러스트는 현재 매물로 나온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인수 입찰제안서를 낸 상태로, 업계는 J트러스트가 향후 두 회사의 대출채권을 친애저축은행이 매입하도록 해 추심을 통해 수익을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지난 18일 자회사인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를 통해 5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을 보유한 베르넷크레디트대부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에 들어갔다. J트러스트 측은 “베르넷크레디트대부를 포함한 복수의 대부업체를 인수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J트러스트가 고금리 채권을 사들여 추심으로 수익을 내는 데 치중하는 반면 저축은행 본연의 서민금융에는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친애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올해 3월 30억원, 7월 60억원에서 10월 18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정상적인 저축은행이라면 매입채권 규모보다 자체 대출 규모가 많다는 것.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통상 신용대출 규모가 월 50억원 이하인 경우 신용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J트러스트는 과거 일본에서 다케휴지 등 대부업체들이 망한 뒤 이들의 채권을 사들여 고강도 추심으로 이익을 냈었다”며 “J트러스트가 또다른 대부업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현행 규정상 저축은행이 대부업 채권을 직접 살 수 없어 대부업체를 통해 인수한 뒤 대환대출 형태로 (친애저축은행에)넘겨 추심해 수익을 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채권매입은 향후 소액신용대출 영업 확대를 위해 필요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신규대출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라며 “채권추심 업무는 저축은행의 정상 영업 범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J트러스트의 영업 형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계속 매물로 나오고 국내에는 이들을 인수할 곳이 없는 반면 일본계 업체는 인수에 적극적이다. 채권 매입도 영업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일본에서 문제가 됐던 고강도 채권추심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