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심한 정쟁으로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준예산 편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준예산이 편성되더라도 정부 지출의 40% 가량을 집행할 수 없어 일반 가정의 양육수당이 끊기고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며 재정지원을 받는 65만개 일자리도 일시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없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준예산이 편성되면 예산안 재량지출 188조9000억원중 정부기관의 인건비(30조원)와 시설 유지비(15조원), 계속사업비(3조5000억원)를 제외하고 140조원 가량은 준예산에 넣을 수 없어 지출이 중단된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재정 지출액은 357조7000억원으로 이 중 준예산에 넣을 수 있는 의무지출이 168조8000억원이고, 재량지출은 188조9000억원이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105조원 상당의 복지 예산 중 법정지출을 제외한 35조원 가량은 집행이 중단된다. 양육수당이나 실업교육, 사회보험료 지원 등이다. 다만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지원 등은 법정지출이어서 예산이 집행된다.

재정으로 지급되는 65만개 상당의 일자리에 대한 급여도 일시 중단된다. 30만개 가량 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과 정부기관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로 고용된 임시직 공무원, 정부 지원금을 받는 민간 사회복지시설 근무자 등이다. 정부와 거래하는 공기업이나 일반 기업들에 대한 자금결제도 중단된다.

또 20조원 상당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및 17조원 상당의 R&D 예산도 집행되지 않아 각종 공사와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헌법상 규정되지 않는 국채 발행과 일시차입도 불가능해 진다

헌법 54조에 따르면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는 정부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때까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돼 있다. 헌법이 규정한 준예산 집행 요건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무지출)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계속사업비) 등 3가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는 헌법이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준예산을 편성하고,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준예산에 맞게 재정을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