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로 헬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규정을 충실히 따라도 느닷없이 처벌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틸로 헬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45)은 한국의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 판결은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해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헬터 회장은 “기업은 본능적으로 비용을 낮추거나 고정하기 위해 노력한다. 노동 비용이 증가하면 인력을 줄이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결국 고용과 채용을 줄이는 결과가 나온다”며 “한국 정부는 일자리 늘리기라는 정책 우선과제에 역행하는 제도를 시행하려한다”고 말했다.

헬터 회장은 만트럭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만트럭버스코리아 사옥에서 헬터 회장을 만났다.

- 요즘 한국에서 기업 경영하기는 어떤가.
"기업은 생산 비용을 계산해서 투자를 결정한다. 생산 단가가 갑자기 오르고 그 원인이 정부 정책의 급격한 변화라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오락가락하는 경향이 있다."

-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외국인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뜻인가.
"고객 한명의 불만이 기업의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주변 2~3명에게 기업을 칭찬한다. 화난 고객은 20~30명의 사람에게 불평한다. 투자자는 고객과 같다. 한국의 규제가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외국 투자자들에게 퍼지면, 그 타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 인건비가 늘면 그만큼 마진을 줄이면 되지 않나.
"노동비 상승을 마진 감소로 방어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기업은 혼자 돈을 벌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마진을 줄일 수는 있지만 주주·투자자·은행의 눈치도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주 배당이 없고 투자자 이윤이 적고 은행에 불신을 주면 투자는 줄어든다. 결국 기업 체력이 떨어지고 노동자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틸로 헬터 회장은 “기업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건비가 늘면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인다. 결국 고용이 줄고 노사갈등도 심해진다. 특히 시스템 밖에 있는 사람(구직자)의 문은 지금보다 훨씬 좁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 통상임금 범위 확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나.
"대법원은 법적 프레임 안에서 결정한다. 한국에서 경영하는 기업인으로서 그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법원의 결정 탓에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던 기업이 피해를 입게 되면 세계 여러 투자자들이 당황할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조그만 시그널에도 예민하다. 한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제도의 의외성을 많이 비판한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서서히 시행한다면 괜찮은 것인가.
"원칙적으로 제도 개선에는 동의한다. 시차를 두고 적용한다면 당장의 충격은 줄고 불이익은 분산될 것이다. 하지만 노동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규칙을 따라온 기업과 노동자가 피해를 봐선 안 된다."

- 노동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찬반 여론도 팽팽하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피고용인 입장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기업은 통상임금 확대로 인건비가 늘면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인다. 결국 고용이 줄고 노사갈등도 심해진다. 특히 시스템 밖에 있는 사람(구직자)의 문은 지금보다 훨씬 좁아지게 된다."

◆ 틸로 헬터(Thilo Halter) 회장은 1968년 독일 바덴-뷔르템부르크주 출생이다. 포츠하임 응용과학대를 나와 미국 켄터키 루이스빌대 MBA과정을 마쳤다. 2000년 MG테크놀로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05년 만트럭버스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아태지역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고 현재 만트럭버스코리아 대표이사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