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잔액 기준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작년 1월 9.5%에서 올해 6월 23.2%까지 급상승했지만 최근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변동금리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당장 이자부담이 낮은 변동금리대출로 갈아타거나 아예 처음부터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잔액 기준 가계대출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77.9%를 기록해 석달 연속 상승했다. 금액으로 보면 8월말 기준으로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472조5891억원 가운데 365조원이 변동금리로 취급됐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도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9월말 현재 80.8%로 2011년 8월 이후 2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19.2%에 불과했다.

기업대출도 마찬가지 추세다. 9월말 잔액기준 예금은행 기업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66.0%다. 전월보다 0.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34.0%에 머물렀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도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전월보다 1.6%포인트 오른 65.9%를 기록했다.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34.1%였다.

이처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금리가 떨어지면 이자 부담이 그 만큼 줄어들고,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진다. 고정금리는 시중금리 변동과는 상관없이 이자 부담이 일정하다.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잔액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각각 2.94%, 2.62%로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 입장에서도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이미 금감원이 요구한 목표치인 11.1%를 초과 달성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고정금리대출을 확대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금리가 낮다고 변동금리대출로 갈아탈 경우 향후 시장금리가 오를 때 직격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행되면 글로벌 금리는 상승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객 입장에서 보면 대출 시점에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항상 낮아서 변동금리대출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리의 변동성으로 인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연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취합해 연초에 제출했던 목표치보다 미달한 경우 특별지도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 두 세곳의 은행이 목표치에 미달했다"면서 "올해는 6월말 기준으로 연말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지만 개별은행의 경우 미달가능성이 있어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고정금리형 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2016년까지 전체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