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국민은행이 지분을 투자한 BCC(센터크레디트은행)의 외환업무 부서에서 자금세탁 관련 의심거래를 적발해 지난 3월 한달 간 해당 부서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외에도 석 달 간 이어진 현지 금융당국의 종합검사 결과 BCC에서 21개에 달하는 법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카자흐스탄 은행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내 은행감독위원회는 위원장 명의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BCC은행을 상시검사한 결과 외환업무 부서에서 자금세탁 용도로 추정되는 의심거래가 적발돼 지난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달 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문에서 거래 금액 및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음달 중순 금감원 조영제 부원장과 실무자들이 현지를 직접 찾기로 한 것도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또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BCC와 관련해 종합검사를 진행했고 총 21건에 달하는 법규 위반 사항을 적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8월 현지 중앙은행이 BCC를 대상으로 상시검사, 종합검사를 진행한 결과를 통보했고 우리 측에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뒤 10월쯤 현지를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국정감사와 겹쳐 두 차례 정도 연기했고 12월 중순쯤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자흐스탄 정부는 BCC의 부실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정지까지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BCC 지분 41.9%를 9323억원에 인수했으나 금융위기가 터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4000억원 가량 손실을 입었다. 올해 2분기에는 BCC와 관련해 12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당기순이익이 488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금감원에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 2월 체결한 우리나라 금융당국과의 MOU(양해각서)에 따른 조치다. 올해 초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그리고리 마르첸코 중앙은행 총재와 만나 금융감독 및 금융지식공유프로그램(KSP)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그 일환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은행 관련 감독사항을 금감원과 공유하기로 했다.

BCC는 9월말 기준 국민은행이 29.56%(보통주 기준)의 지분을 가진 은행이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전 행장 시절인 2008년 BCC 지분을 50.1% 인수하기로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계약 조건을 바꿨고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41.93%의 지분을 갖게 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 31일까지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BCC를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었으나 재무상태가 취약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취임 후 첫 출장지로 BCC를 택하는 등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국민은행 해외업무 담당 임원과 관계자들은 최근 카자흐스탄 시장에서 철수한 이탈리아 유니크레딧은행의 지안프랭코 비쟈니 중앙·동유럽 부 본부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딧은 지난 2007년 카자흐스탄 현지은행인 ATF은행 지분 99.75%를 약 22억달러에 사들였지만 5년간 75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순손실을 봤고 지난 5월 약 5억달러에 현지 사업가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