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순자본비율과 연체율 추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 길어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지속되면 신협의 부실이 위험 수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협은 현재 전체 949개 조합 중 약 20%가 적기시정조치(부실 소지가 있는 금융기관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 조치) 대상일 정도로 자산건전성이 부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의 자산 부실을 막기 위해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신협의 부실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재무 건전성을 진단하는 것)를 실시했다고

18일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하락, 실물 경기 악화 등을 변수로 놓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향후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결과를 자세하게 공개하면 신협 고객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밝힐 수는 없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협과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 기관의 전체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작년 말 기준 83.5%, 부동산 담보 대출비중은 79.2%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 담보 가치가 떨어져 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 신협의 연체율은 2011년 이후 상승하는 추세다. 2011년말 6.01%이던 연체율은 작년 말 6.38%, 올 6월말 6.93%로 상승했다. 신협의 연체율은 농협(6월말 기준 3.63%), 수협(4.79%), 산림조합(5.34%), 새마을금고(3.8%) 등 다른 상호금융 기관 중 가장 높다.

반면 신협의 순자본비율은 2011년말 3.8%에서 작년말 3.64%, 올 6월말 3.39%로 계속 줄고 있다. 순자본비율이란 신협 내부에 유보된 잉여금과 충당금으로 잠재적인 손실의 흡수가능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의 적정성이 우수한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게 나올 수는 없지만 지금도 전체 조합 중 약 20%가 적기시정조치 대상일 정도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기업 구조조정이 계속돼 회사채 시장이 더 경색되면 신협의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협 등 상호금융 기관은 예대율(대출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비율)이 60% 안팎에 불과해 회사채나 국고채 등에 투자해 예금자에게 이자를 주고 있다. 상호금융기관은 STX(011810)그룹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대거 손실을 보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협이 회사채에 투자한 규모는 수천억원 규모인데 실물 경기가 나빠지면 투자한 회사채도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기관이 동일회사 뿐만 아니라 동일그룹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이 주기적으로 담보가치를 재평가하도록 지도하고 중점관리할 조합의 선정기준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상호금융 각 중앙회가 전체 조합 중 중점 관리할 조합을 매 분기 선정하면 금감원이 무작위로 추출해 현장 검사를 실시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 부실 문제가 아직 수면 아래 있는데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