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는 동부그룹이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했다. 동부하이텍 등 주력계열사 자산을 매각하고, 김준기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 비메모리 반도체 ‘동부하이텍’ 매각

동부그룹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를 통해 사업 구조도 금융·철강·전자·농업 등 4대 주력분야로 중점 육성키로 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자산 매각 대상에는 동부하이텍·동부메탈·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 등 대부분의 주력 사업 계열사들이 포함됐다.

우선 동부하이텍은 보유 중인 동부메탈 지분을 처분해 차입금을 대폭 축소한 뒤 외부에 매각될 계획이다. 동부는 그동안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동부하이텍에 수조원을 투자해 왔으나 1997년 설립 이후 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표적인 ‘적자 사업’으로 꼽혔다. 2011년 들어서야 처음 분기 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동부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엄청난 투자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으나, 반도체부문의 향후 투자에 대한 금융권의 계속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부메탈의 경우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31.28%)과 김준기 회장이 1인 대주주로 있는 동부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31%),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8.5%)을 합쳐 총 70.78%를 매각키로 했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및 당진항만 매각 외에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보유 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2조 3500억원의 차입금을 내년에는 1조원 이하로, 2015년에는 9000억원 이하로 대폭 줄이고, 현재 269%인 부채비율을 내년에는 154%로, 2015년에는 14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비롯한 각종 자산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이미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데 이어,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처분을 위한 막바지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동부팜한농은 울산·김해 등지의 유휴부지 및 보유 지분을 처분하고, 동부CNI 등 다른 계열사들도 각종 유형 자산과 지분 등을 처분한다.

◆ 2015년까지 3조원 조달…김준기 회장 사재 출연

동부는 이러한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약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자구노력 확대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한편, 재무구조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구계획에는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도 포함됐다. 김 회장은 보유 계열사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 1000억원 가량을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준기 회장은 최근 주요 임원회의에서 “이제 주요 회사들의 투자가 모두 끝난 상황이므로 지금부터는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차입금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시켜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기필코 졸업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