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LG전자 소유 헬기의 비행경로 예상도.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헬기는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상 항로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 서울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가시거리는 1.1㎞로 관측됐다.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지면 공식적으로 안개가 꼈다고 본다. 1㎞를 조금 넘을 경우 옅은 안개인 ‘박무’로 본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에는 가시거리가 700m에 불과했는데, 날이 밝으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혀가는 상황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아이파크 아파트 근처에는 안개가 아직 충분히 걷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헬기는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을 이륙해서 한강 둔치에 있는 잠실헬기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헬기는 인구밀집 지역을 피해서 강변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사고가 발생한 아이파크 아파트 근처로는 이동할 일이 없다. 사고 직후 연합뉴스, YTN 등의 매체를 통해 사고 지역 인근 주민들도 “평소에 헬기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에 낀 짙은 안개 때문에 사고 헬기가 시야 확보를 위해 강변을 이탈했다가 사고가 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헬기가 목적지인 잠실헬기장 근처에 도착하면서 고도를 낮춘 상황에서 시야 확보가 필요하자 잠시 항로를 이탈했다가 갑자기 나타난 아파트를 피하지 못하고 충돌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강변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기 때문에 시야 확보 없이는 정상적인 비행이 불가능했을 수 있다.

사고를 조사 중인 서울지방항공청은 사고 헬기가 경로를 이탈한 것은 맞지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이날 오후 가진 브리핑에서 “사고 헬기는 서울에서 잠실을 거쳐 전주로 가겠다는 비행 계획을 냈었다”며 “마지막 사고지점에서 아파트를 스치듯이 부딪힌 것은 (정상 항로인) 강 위를 벗어난 것인데 왜 그랬는지는 블랙박스를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나 왜 항로를 이탈했는지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계비행은 기장 책임하에 육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블랙박스를 분석하기 전에는 어떤 이유로 시계비행이 이뤄졌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항공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는 보통 1년 정도가 걸린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이날 오후 2시쯤 사고 헬기의 블랙박스를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