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시장으로 외국인 자본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이에 대한 거시건전성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입되는 자금의 특정 국가 비중이 높은 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한국경제의 양호한 대외건전성 때문에 외국인 자본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대외개방 정도가 높아 대외충격 발생시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고 충고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채권 시장의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1배로 인도(1.7배)나 인도네시아(0.6배)보다 크다. 또 외국인 비중은 12.5%로 인도(3.2%)와 인도네시아(5.2%)에 비해 훨씬 개방돼 있다. 이 때문에 대외 충격으로 급격한 자본이동이 이뤄질 경우 미치는 피해도 크다는 것이다.

HSBC 역시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보유 비중이 상당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본 이탈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상장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438조1390억원으로 지난해 말(411조5730억원)보다 6.5%, 2011년말(351조4550억원)보다 24.7% 각각 늘어났다. 지난달 말까지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44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는 등 지난 두달 동안 13조원 가량 순매수 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최근 순유출이 진행되고 있지만 10월말 현재 상장채권 보유액은 95조7380억원으로 지난해 말(91조160억원)보다 5.2%, 2011년말(83조270억원)보다 15.3%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조기 실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7000억원가량 순매도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규모가 급증한 만큼 빠져나가는 속도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금융시장실 부장은 "최근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온 만큼 대외 변수가 발생할 때 나가는 폭과 변동성도 클 수 밖에 없다"며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주식시장 변동의 경우 지난 6월 한번 경험을 해 봐서 금융당국도 적절히 대비를 하겠지만 여전히 영향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