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재정건전성을 강화한다면서도 정작 균형재정 달성 시점은 차기 정부로 떠넘기는 정부의 약한 의지가 균형재정 달성을 저해한다"며 "재정준칙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준칙은 재정수지와 재정지출, 국가채무 등의 구체적인 한도를 법에 명시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우리나라 재정수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2008년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했고, 2010년 이후 내놓은 계획에서도 균형달성 시기를 매번 미뤄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정부가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도 재정 적자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나온 '2008~2012 국가재정운용계획'은 2012년 균형재정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17조4000억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했다. 또 지난해에는 실질 경제성장률(GDP) 증가율 6.8% 전망에 기초해 계획을 수립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2.0%에 머물러 세수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감세로 경기활성화를 꾀했으나 감세로 인해 세수부족만 초래했다.

'2012~2016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2년 후인 2014년에 1조원의 재정흑자를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25조9000억원 재정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성장률을 4%대 초중반을 기초로 계획을 수립했으나 실제로는 3.8%에 머물 전망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최근 정부와 민간에서 균형재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가만히 있어도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관리재정수지를 발표하기 시작한 1988년부터 4번을 제외하고 22번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재정 적자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재정수입은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정지출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7~2012년 우리나라 명목 GDP가 연평균 6.3% 증가하는 사이 국가부채는 연 14.2% 급증했다. 이에 따라 명목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997년 11.9%에서 지난해 34.8%로 크게 늘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며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하는 국가채무는 내년 10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131만원이었던 1997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연구원은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균형재정 달성에 대한 미약한 의지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결국에는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의 허용치를 포함한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정부가 임기 내 균형재정을 달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