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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 동결을 공언한 빚더미 공룡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재영 사장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과연 실현 가능할까?

“부채 축소는 이제 생존의 문제”라며 돈 빌려 쓰는 것을 막아 재무 상태를 호전시키겠다는 이재영식 재무구조 개선안이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 상황에, 행복주택 건설 등 박근혜 정부의 주거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막대한 사업비가 필요한 사정 등을 감안할 때 사채 발행 동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사채 동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LH의 지출 항목은 크게 두 가지. 각종 사업을 진행하면서 들어가는 사업비용과,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 금액이다.

LH의 수입은 크게 3종류다. 토지나 아파트를 판 매각대금 회수, 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국민주택기금 지원, 그리고 회사채 발행이다. LH는 연간 자금 계획 수립 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경우 외부 자금인 사채를 발행해 충당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추가로 사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대신 부족분은 다른 수입원을 확대해 충당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채는 LH의 금융부채 103조원 중 66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사채는 전년대비 2조8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LH 금융부채 및 사채 규모

LH가 사채를 늘리지 않는 대신 수입을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 적이다. 우선 국민주택기금은 임대주택 건설 등 특정 항목에 대해서만 지원된다. 정부가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돈을 더 가져오기 힘들다. 할 수 있는 방법은 토지나 집을 판 매각대금 회수를 늘리는 것. 그리고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 불황 탓에 토지나 주택 판매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올해도 10월 기준으로 토지 판매량 목표치의 90% 정도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건설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위례신도시 등 주요 지역 토지 공급 물량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LH는 민자사업을 3조원 가량 유치해 부족분을 채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LH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민간이 지불하는 방식으로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LH는 현재 5가지 정도의 민자유치 방안을 수립 중이다. LH가 땅을 대고 민간이 주택을 짓거나 신도시 조성공사를 민간업체가 하고 대금을 땅으로 지급하는 방식 등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민간 부문이 사업을 함께 진행할 경우 주거 서민을 위해 공적 기능을 해야 할 LH의 주택이 비싸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이재영 사장과 면담한 류지훈 무디스 애널리스트 역시 “실제로 사채 동결이 가능하다면,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고 조건을 달아 평가했다.

◆ 향후 국책사업 차질 생길 가능성 없나

LH는 돈 씀씀이는 줄이지만 국책 사업과 각종 사업 규모는 축소 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LH 재무관리처 관계자는 “세종이나 동탄, 위례나 미사와 같이 대규모 개발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 초기와 달리 투자 비용이 적어 여기서 남은 돈으로 신규 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LH 재무전망 시나리오. 2017년 부채가 1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 주택 사업 중 하나인 행복주택의 경우 향후 수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관영 의원(민주당)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인 오류·가좌지구의 평당 건축비는 3.3㎡당 1670만~1700만원 선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던 당시 건축비(3.3㎡당 500만원)의 3배 수준이다. 행복주택이 땅값은 들지 않지만 철도 부지 위 데크 공사를 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목표치인 20만가구를 짓기 위해서는 수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 사장 바뀌어도 악성 재무 상황 그대로

이번 사채 동결 조치는 신임 이재영 사장 취임 이후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시키겠다고 밝혔음에도 상황이 딱히 달라지지 않자 급박하게 만들어 낸 대책이라는 평가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9월 발표한 주요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결정타였다. LH의 등급은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A+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것으로 가정한 LH의 독자 등급은 B+였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등급과 같다. 무디스도 b2에서 ba3로 하향 조정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LH는 부채 문제로 국회의원들의 집중 지적과 추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취임 이후 조직을 개편하고 정책사업과 자체 사업 회계를 분리하는 등 각종 재무개선 계획을 초기에 발표했지만 딱히 효과가 없자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