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부족 外傷보다는 가계부채 부실화 內傷 가능성 높아"
-"가능성 낮지만 일부 금융사 도산 가능성 완전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으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4일 계간 '상장협 연구'에 실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우리나라는 외화 유동성 부족이라는 외상(外傷)보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 등의 내상(內傷)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장기금리상승이 시차를 두고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부채 부담이 연간 11조1000억원 더 늘어난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6년 137.5%에서 2012년 163.8%로 상승했고 이는 2011년 OECD평균(136.5%)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특히 저소득층·다중채무 차주 등을 중심으로 채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또 일부 금융기관이 도산하는 금융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으나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계대출중 주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이후 60%를 상회(7월 현재 61%)하고 있고 그 중 54.6%(2012년 말 현재)가 변동금리대출이어서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곧바로 가계 이자부담 증가로 연결된다"며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연체율이 급등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상호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최근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저신용 차주가 집중돼있어 건전성이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경우 조선, 해운, 건설, 부동산 등 대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금리취약기업에 대한 대출비중은 12.8%(지난해 기준)에서 15.6%로 높아지고 고정이하여신과 요주의여신은 각각 1조3000억원, 2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며 "일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정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회복세라는 긍정적 요인과 신흥국 경제 부진이라는 부정적 요인 중 초기에는 부정적 요인이 더 클 것"이라면서 "양적완화 축소 이후의 금리상승은 국내기업의 설비투자, 가계의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일어나도 과거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확산될 경우 차별화됐던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은 더이상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되기 어렵겠지만 유출 규모는 이전보다 양호한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 1997년 외환위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