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연례협의 결과 발표 …내년 3.7% 성장 전망 유지
- 수출 연말까지 호조 예상…가계소득 증가가 정책 우선순위 돼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유지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이 흔들리면 경제 전망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봤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재정정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한국 수출 부문에서 환율 민감성이 급감했다며 수출 호조는 환율보다 기업경쟁력 강화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이사벨 마테오스 이 라고 IMF 아태국 부국장 등 7인으로 구성된 IMF 한국 협의단은 1일 정부와 가진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IMF 협의단의 견해로, IMF의 공식견해는 내부 이사회 검토를 거쳐 두 달 이후 발표된다.

IMF는 한국 경제가 최근 시장혼란을 잘 극복했으며, 우수한 펀더멘털과 뛰어난 정책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회복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입지를 구축했다고 총평했다. 단 ‘가장 부유한 선진국 수준’에 보다 근접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국민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구조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수출 호조 연말까지 지속 전망 "환율보다 기업경쟁력 강화 때문"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내년 성장률을 3.7%로 종전보다 0.2%포인트 하향조정한 IMF는 이번에도 이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IMF는 구조개혁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일부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부채로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중국, 미국, EU 등 주요 수출시장 중 어느 곳에서 예상치 않았던 부정적인 성장률이 나오거나 시장의 크게 요동치면 경제 전망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경정예산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내수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수출은 5.5% 성장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부문은 전반적으로 건전하지만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거론했다. 주택담보대출인정(LTV)비율이 낮고 가계는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일부 가계의 대출상환능력이 부족해 향후 은행 수익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 불황에 처한 건설, 해운, 조선 등의 분야는 은행의 건전성 완충자금 대비 리스크가 높아 은행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화에 대해서는 2~8% 저평가됐다고 언급하며, 최근의 강세는 견해를 바꿀 만큼의 움직임은 아니라고 이사벨 마테오스 이 라고 IMF 아태국 부국장은 밝혔다. 그는 또 "올해 수출 호조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이는 수출기업의 노력으로 비가격 부문의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에 (수출 부문의) 환율 민감성이 급감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이 내용은 내년 초 보고서에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여름 시장 혼란기에 한국이 일종의 안전 투자처(save haven)로 부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낮은 물가상승률, 우수한 재정건전성, 풍부한 외환보유고는 각국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 등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였다"면서도 "그러나 안전 투자처로서의 새로운 위상이 얼마나 견고한지는 아직 시험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가계소득 느는 게 우선 ¨ 재정정책이 핵심 역할 해야"

IMF는 한국 경제의 수요가 장기적으로는 낮은 가계소득 증가율, 부채 감소의 필요성, 보수적인 재정 운용계획 때문에 순수출실적에 많은 부분을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공급 측면에서는 빠른 인구고령화가 잠재성장률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봤다.

IMF는 한국 경제의 정책적 우선 순위로 내수 진작, 특히 가계 소득 증가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서 경기 부양조치가 지나치게 조기회수되어선 안 되고,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 부양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며 "재정정책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과 관련해선 양호하게 편성됐지만 경기하방기에는 자동적인 재정지원을 가능케하는 '구조적인 재정수지 목표' 도입 등 경기대응적인 재정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IMF는 가계 소득 증대의 한 방편으로 “가계의 주식보유를 장려한다면 국민과 성공적인 기업과 번영의 연관관계가 다시 확립될 수 있다"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시장은 보육 공공지출 증가, 시간제 일자리 창출로 여성의 노동참여를 확대하면 잠재성장률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또 노동 인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의 격차를 좁히면 생산성이 늘고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부문은 기업 부문 리스크에 대한 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은행 외화유동성 포지션이 각 은행 독자적으로 유동성 필요분을 충족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은행 가격결정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돼야 하며, 감독당국은 채무조정 프로그램에서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현재 감독제도는 독립성 강화, 핵심 감독업무에 대한 초점 강화, 제도적 간소화를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며 거시건전성위원회(macro-prudential council) 등 공식화된 위기관리위원회 설립 등을 예로 들엇다.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구조조정, 시장에 기반한 가격결정을 강화하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