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장밋빛 전망일까, 국회예산정책처의 기우일까’

경제전망을 둘러싼 두 기관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향후 경제흐름에 대한 판단 차이 때문에 세수·재정건전성 등 주요 지표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주로 기획재정부의 전망을 참고하며 예산정책처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예산정책처의 전망을 인용하며 기재부와 청와대 등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심한다.

◆ 엇갈리는 경제전망…낙관? 비관?

국회는 오는 8일 지난해 결산안을 처리한 뒤 예산국회에 돌입한다. 내년도 나라 전반의 살림살이를 짜기 위해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머리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균형 재정과 공약 이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세수 부족을 우려하며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 실질성장률 3.9%(경상성장률 6.5%) 전망을 기초로 370조7000억원 규모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내년 총수입을 365조4000억원으로 전망해 기재부 예상 보다 5조3000억원 가량의 재정적자를 더 볼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내년도 실질성장률 전망치가 3.5%(경상성장률 5.9%)로 기재부 보다 0.4%포인트 낮은 데 따른 결과다.

향후 5년간 세수 전망을 보면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기재부는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매년 5.5%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353조8000억원에서 2017년 438조3000억원까지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예산정책처는 5년 동안 세수 증가율이 연평균 5.2%에 그쳐 기재부의 세수 전망보다 29조2000억원이 덜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 최근 2년 예산정책처 정확도가 더 높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경제 정책의 주요 방향을 결정짓는 기준점이다. 경제성장률에 따라 세입 규모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나라의 씀씀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률 전망치가 실제 성장률과 다를 경우 나라살림에 차질이 빚어진다. 통상 전망치보다 실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2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생긴다.

올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예상보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었기 때문이다. 결국 빗나간 예측을 근거로 작성한 예산안으로 인해 15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더 발행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2년의 사례를 보면 기재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전년도 연말 전망 기준)가 예산정책처의 전망치보다 더 빗나갔다. 기재부가 5% 내외로 전망한 2011년 경제성장률은 3.7%에 그쳐 1.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당시 예산정책처 전망치는 3.9%로 실제 경제성장률에 근접했다. 한국은행과 국내 민간 연구기관, 골드만삭스·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기관의 오차도 1%포인트 내였다. 기재부의 오차가 가장 컸던 것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세계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2% 성장에 그친 지난해에도 기재부 전망치의 오차가 좀 더 컸다. 기재부는 3.7%로 예상했고 예산정책처는 3.5%의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1.8%포인트)과 IMF(2.4%포인트)는 기재부 보다 더 큰 오차를 냈다.

◆ “정부는 점쟁이가 아니다” 항변

올해 국정감사에서 기재부의 빗나간 경제전망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1일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2008~2012년)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제치와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기재부가 2010년도를 제외하고 타 기관들보다 부정확한 전망치를 제시했다”며 “업무 태만인지, 기술 부족인지, 정치적 판단의 개입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기재부도 할말이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목표치를 고집해서 달성하는 것보다 어떻게 경제 활력을 되찾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점쟁이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상황에 잘 대응하는 역할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전망치가 너무 낮으면 시장심리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정부의 전망치는 ‘플러스 알파’라는 정책적 의지가 가미된 목표치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제 전문가는 “예산정책처가 기재부의 수치 보다 비관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망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것을 도출하는 논리적 근거와 배경을 평가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했다. 그나마 지난 3월에 내놓은 내년 전망치에서 0.1%포인트 낮춘 수치다. 금융연구원(4.0%)을 제외한 국내외 기관보다 다소 높게 전망했다. 현재 IMF가 3.7%, 한국은행이 3.8%, KDI와 LG경제연구원이 3.6%의 전망치를 내놨다. 예산정책처의 전망치는 3.5%다.

정부의 전망치가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절대로 (무조건)잘 될 것이다라는 전제 하에 전망을 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산업활동·고용·수출 등 분기별 패턴과 국내총생산(GDP) 등이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심리를 나타내는 지수도 상당 부분 회복 과정에 있어 내년에 3.9%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