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1일 미국 출구전략 축소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소득·중신용계층과 자영업자 부채 등을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또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STX그룹, 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취약해졌다.

한은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제성장세가 점차 개선되고 국제금융시장도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는 등 대외경제여건이 호전되고 국내 경제도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등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잠새성장률을 밑도는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에 대해서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하는 등 개선되지 못했다. 특히 중소득·중신용층의 은행 대출이 줄면서 대부업 대출이 늘었다.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부진 등으로 영업환경 취약한 상황에서 대부분이 중소득ㆍ중신용 계층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채무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자영업자 부채는 증가세를 보이면서 은행과 비은행으로부터 동시에 대출을 받고 있는 중복대출자의 대출 규모도 늘어나고 있으며, 잠재위험 대출이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약 13%인 60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은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간의 실적 차이가 확대되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상승하고 단기 지급능력이 악화되는 등 재무건전성이 떨어졌다. 은행들도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성이 하락했으며 신규 부실여신 증가로 자산건전성도 악화됐다.

금융시장은 북핵 관련 위험과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가능성으로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A등급 이하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신용등급 간 금리차이도 확대됐다. 외환건전성은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지급능력 제고에 힘입어 양호한 상환이 지속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거시건전성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금융안정지수(FSI·0~100)는 지난해 8월 하락해 올해 중에는 8 내외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금융 시장이 불안할수록 FSI는 커진다. 한은은 "우리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잠재 성장률을 밑돌고 있지만 대외 경제 여건이 호전되며 우리 경제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은행과 2금융권 등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손실흡수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가계의 재무건전성 개선 노력을 강화하고 자영업자 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회사채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기관들은 핵심 수익원을 확충하고 고객 자산관리 부문 등 비이자수익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부실채권 매각, 상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을 높이면서 자본 확충 및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 등에 따른 잠재위험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