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공기업 부채와 동일비교 어렵다"… 한은ㆍ수은ㆍ정금公 등 빠져
- "금융공기업은 BIS 비율 점검 등 별도 관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의 부채를 망라하는 공공부문 부채 집계에서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제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170조원에 달하는 한은의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등은 부채 집계에서 빠지게 된다.

23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내 발표 예정인 중점관리대상 공공부문 부채에서 한은, 수은, 정책금융공사 등 16개 금융공기업을 제외하기로 하고 현재 미세조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말이었던 발표 시점도 미뤄지게 됐다.

앞서 지난 7월초 기재부는 조세연구원이 수행한 '공공부문 재정통계 산출방안' 용역에서 그동안 나랏빚에 포함되지 않았던 공기업을 포함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LH, 수자원공사 등 비금융공기업은 물론 금융공기업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지난해 6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공공부문 부채 통계(PSDSㆍPublic Sector Statistics) 등을 전면 적용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금융공기업 부채는 일반 공기업, 즉 비금융 공기업과 동일한 성격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공공부문 부채로 합산해 발표하는 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공기업의 특성상 규모에 비해 총부채(재무제표 결산에서 나타나는 모든 부채)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순부채(총부채에서 금융자산을 뺀 것)는 상대적으로 낮거나 음(-)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수출입은행의 경우 공사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을 수출 기업에 대출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다른 비금융공기업의 부채와는 구별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정 금융공기업에 대한 개별적인 국제지침은 없어 나라마다 분류가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공기업이 집계에서 빠지면 논란이 됐던 한은의 통안채도 제외된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공공부문 부채 집계 대상기관 포함 여부와 별개로, 통안채는 부채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은이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외국환을 거둬들이기 위해 발행하는 통안채 역시 금융자산(통안채 발행으로 보유하게 된 외화자산)이 있는 부채인데다가 국제비교가 불가능한 부채라는 점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게 맞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이론적으로 부채에 해당하는 만큼의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공기업의 부채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통안채를 발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 일부 신흥국에 한정돼 있다.

정부는 금융공기업에 대해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을 점검하는 등 별도의 기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내 발표되는 중점관리대상 공공부문 부채 집계 대상 기관은 7월에 밝힌 439개에서 줄어들 전망이다. 한은,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약 16개 금융공기업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월말 기준 발행잔액이 164조9000억원에 달하는 통안채가 제외됨에 따라 발표되는 부채 규모도 당초보다는 상당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점관리 대상 공공부문 부채를 집계하는 주목적은 국제 비교를 용이하게 하고, 국가부채 전이 우려가 큰 공공기관의 부채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를 뺀 '관리재정수지'를 도입한 것처럼 중점관리 대상 공공부문 부채의 개념을 도입해 부채를 적극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공기업의 부채를 제외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입장에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규모의 부채를 대내외에 알려 불안을 유발하는 건 부담스럽지만, 금융공기업 부채를 제외하면 실제 부채 수준이 과소 추정될 수 있다"며 "금융공기업 부채 역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포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의 부채 자체를 집계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며 "재무재표상 부채에 부기하되 정부가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중점관리 대상 공공부문 부채에는 덧셈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