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산업용 전기를 일반용으로 위반해 사용하다 적발된 대기업들이 납부한 위약금 293억원 가운데 삼성이 90% 이상인 291억원을 차지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LG디스플레이(034220)등 대기업들이 요금이 싼 산업용 전기를 연구시설·사무실 등에 몰래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재계는 산업용 전기가 비싸다며 요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산업용 전기가 싸게 공급돼 온 점을 기업들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기를 요금 수준에 따라 정해진 용도와 다르게 써온 위반 사례가 9만3091건, 이에 따른 위약금은 157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약금은 부당 전용으로 덜 낸 요금의 두배를 물게 돼 있다.

사례별로는 종별 위반 5만9315건(921억원), 무단 사용 및 증설 2만6794건(443억원), 계기조작 관련 1276건(43억원), 사용시간 외 기타가 5706건(164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산업용 전기를 일반용으로 위반해 사용하다 적발된 대기업이 납부한 위약금 293억원 가운데 삼성이 6차례 291억원(99.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각각 2회씩 계약 종별을 위반한 LG 3200만원, 현대기아차 2400만원, CJ 2100만원, 이랜드 6100만원, 인터파크 4700만원, S&T와 신세계가 각각 400만원을 납부했다.

대기업의 이 같은 위반 행위는 용도별 전기요금에 차이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판매단가를 보면, ㎾h당 주택용은 123.7원, 일반용은 112.5원이다. 이에 견줘 교육용(108.8원), 산업용(92.8원), 농사용(42.9원)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10년 전만 해도 200건(2004년)에 그쳤던 산업용 전기 부당 전용 사례는 2011년에 457건으로 불어났고, 올해 8월까지 208건이 적발됐다.

또 일반용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일반인 대상의 영어마을과 어학당, 평생교육 시설, 대학병원, 기숙사 등에 교육용 전기를 사용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특히 충북의 한 사관학교는 교육용 전기를 빼돌려 골프장에서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협의 경우 용도별 전기요금이 가장 싼 농사용 전기를 이용해 수입쌀 보관창고와 상품의 저온저장고 등에 사용하다 적발됐다. 수입쌀 등 직접 생산하는 농수산물이 아닌 상품의 유통은 일반용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김 의원은 “삼성과 LG, 현대기아차,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미 원가이하의 산업용 전기로 엄청난 혜택을 보고 있으면서도, 일반용 전기를 사용해야 할 곳까지 불법적인 전기사용으로 또다시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겼다”며 “이는 결국 국민들의 혈세를 대기업들이 불법적으로 강탈한 행위로 전력당국은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용도별 전기의 위반 사용은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때문으로, 용도별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위반사례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을 비롯해 용도별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고, 왜곡된 전기체계를 속히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