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나흘 연속 하락해 1060원선 근처까지 떨어졌다. 경상수지 20개월 흑자, 외국인투자가 36일 연속 주식 순매수 등 원화강세 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1060원선을 가까스로 지켰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단 외환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의미있는 지지선인 1050원선을 내주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라면 연말에 1050원선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환율, 나흘간 10.7원 떨어져 1060원선 위협…"하락 추세지만 하락속도 조절될 가능성도"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하락한 1060.8원으로 마감했다.(원화 가치 상승) 지난 15일 4.7원 떨어지면서 1070원선이 붕괴된지 사흘만에 1060원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최근 4거래일간 하락폭은 10.7원이나 됐다.

환율은 지난 7~8월에만 해도 1110~1130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가 불거진 8월말부터 오히려 한국시장의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같은 원화 강세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지난 8월까지 2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펀더멘탈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가들이 36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금액은 12조4377억원에 달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현재 여건상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서 원화강세 요인이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날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1060원을 지킨 데서 볼 수 있듯이 정부의 개입과 최근의 달러 과매도(오버슈팅)로 하락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 외환당국, 강력한 지지선 1050원선 지키려 노력할 듯…일부선 "연말 1050원선 붕괴될 수도"

최근 이같은 환율 하락 분위기에서 관심은 당국의 개입 정도가 어느 정도일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구두개입으로 "외자 유입과 환율 움직임에 역외 투기요인이 없는지 경계감을 갖고 본다"며 "환율 쏠림을 방지하고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당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 대한 사전 경고 메시지다.

이날 정부의 개입에서 볼 수 있듯이 일단 1차 지지선은 1060원선이다. 2차 지지선은 올해 연저점인 1054.7원(1월 11일 종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지지선은 1050원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1048원(2011년 8월)까지 떨어져 잠깐 1050원선이 무너진 적이 있지만 환율이 1050원선 아래에 머물렀던 것은 며칠에 지나지 않았다. 1050원선이 의미있는 지지선이 되는 이유다. 전 연구원은 "당국으로서는 가장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지지선이 1050원선"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1050원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율하락의 속도 조절이 있을 수 있지만 원화 강세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1050원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美 양적완화 축소 등 시장 불안 땐 환율 반등할 것"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급변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 환율도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재정문제 논란, 신흥국에 대한 우려, 유럽 재정위기 지속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식 순매수는 시장이 불안해지면 순매도로 돌변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그동안 경험했던 것처럼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 33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 등 대비를 해놓고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게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신 연구위원은 "연말연초에 미국의 출구전략(양적완화 축소)이 시작되고 미국의 내년 예산안과 부채한도 등 재정문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