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기업 빚 규모는 외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이 세계은행과 IMF(국제통화기금)의 자료를 통해 작년 기준으로 한국·호주·일본·인도네시아·캐나다·필리핀·멕시코 등 7개 국가의 채무 규모를 분석한 결과 정부 채무 대비 공기업 채무 비율이 우리나라가 118.3%로 가장 높았다. 캐나다(38.5%)와 일본(43%)의 3배 수준이었고, 이 비율이 가장 작은 멕시코(21.4%)와 비교하면 5배에 가까웠다. 7개국 중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은 호주(62.9%)보다도 2배 가까이 높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는 정부 빚에 비해 기형적으로 공기업 빚이 많은 구조다.

국가마다 공기업의 종류나 성격이 상이하고 부채 관리 방식도 다르지만, 이들 7개국은 공공부문의 성격이 엇비슷해 채무 규모를 비교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분석 결과는 우리 정부의 채무 규모가 경제 규모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이라고 하지만, 정부와 공기업을 합한 범(汎)정부적인 빚 규모는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할 경우 결국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공기업의 부채는 국가 부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해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의 부채비율은 일본이 219%이고 우리나라는 36%로 일본이 6배 높다. 하지만 정부 채무 대비 공기업 채무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3배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주로 공기업이 빚더미에 올라 있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정부가 빚 부담을 많이 지고 있는 실태가 드러난다. 즉, 우리나라는 공기업이 정부 대신 빚을 떠안고 있는 측면이 있어서 정부의 채무 규모가 견실한 듯 위장돼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기업 부채가 상당하기 때문에 정부의 부채비율이 주요 국가들보다 높지 않다는 것만으로 재정 상태가 건전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