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 투자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 금융당국을 규탄하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가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건수가 1만건을 넘었다. 금감원은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이 기업회생절차 신청 전에 CP를 대량으로 발행한 혐의 등에 대해 특별조사에 착수했다. 동양레저 등 동양그룹 4개 계열사는 법정관리 신청 전 1주일 동안 약 1081억원의 CP를 발행했다.

금감원은 지난 8일까지 동양그룹 관련 피해신고를 총 1만1236건 접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5일까지 접수된 피해신고는 총 7396건이었는데 3일 사이 3556명이 추가로 신고했다.

동양그룹으로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쇄도하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현오석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과 함께 동양사태에 대해 논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또 정 총리는 동양그룹 문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각별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피해신고가 늘자 변호사, 전문상담원 등 상담인력을 31명에서 77명으로 늘리고 24시간 예약상담 접수를 시작했다. 금감원 홈페이지(fss.or.kr)에도 팝업 안내창을 만들었다.

금감원은 변호사와 금융투자 감독·검사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통해 회사채와 CP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건은 소비자 피해가 구제될 수 있도록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고 분쟁처리 과정에서 위법·부당행위가 발견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금융사가 수용하지 않아 투자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감원은 600여명의 투자자가 요청한 국민검사 청구도 국민검사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현재 진행 중인 특별검사에 추가 인력을 투입해 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채·CP 판매를 독려했는지 등을 검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주주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대주주가 재산을 빼돌리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동양그룹 5개 계열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회사채·CP 등 기업자금시장의 양극화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올 들어 AA 등급 이상 회사채는 순발행이 이뤄지고 있지만 A 등급이나 BBB 등급 이하 회사채는 만기가 도래하면 순상환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AA-’ 등급 이상인 전체 회사채는 올 들어 9월까지 매월 평균 1조6303억원이 순발행됐지만 A 등급 회사채는 매월 평균 1378억원, ‘BBB+’ 등급 회사채는 매월 2303억원이 순상환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우량 회사채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소화했는데 개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비우량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건설, 해운과 같은) 경기순응업종의 회사채·CP 만기도래 규모와 차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