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은 28일 연속으로 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채권투자금액은 8월에 이어 9월에도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으로 금리가 올라 채권형 펀드 자금이 감소했고, 국내 채권을 샀던 신흥국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더 이상 투자하기 어렵게 된 것이 주식과 채권의 흐름을 갈라놓았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7일 발표한 외국인 채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은 98조2000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4000억원 감소했다. 2조원 감소한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순유출이다. 이는 지난달 만기가 된 통안채(1조4000억원)와 국채(1조원)를 상환하고 재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들은 주식을 7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 감소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채권을 사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며 “평가손실을 막기 위해 투자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의 투자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방침을 밝힌 이후 신흥국의 환율이 상승했다”며 “우리나라 채권을 샀던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팔아야 해 국내 채권에 투자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국의 국내 채권 투자금액은 올해 상반기에 1718억원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7월 360억원, 8월 182억원, 9월 275억원 등 순유출로 돌아섰다. 태국 바트화는 올해 들어 1달러당 28~29바트 정도를 유지하다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밝힌 이후 상승해 지난달 6일에는 1달러당 32.34바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리가 오르며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한 것도 한 원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채권형 펀드는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순유입이 지속됐지만, 6월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이후 금리가 상승하고 있지만, 선진국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글로벌 자금이 채권형 펀드에서 주식형 펀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신흥국의 채권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금액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과 채권형 펀드가 더 이상 국내 채권에 투자하기 어려워졌다”며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도하지는 않겠지만, 만기가 된 채권을 계속 상환하며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