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1070.3원 마감…8개월 만에 최저
-美 정부폐쇄, 부채한도 증액 협상 난항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
-美 난맥상 장기화되면 금융시장불안→안전자산선호→환율급등 가능성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지난 주말에 1070.3원으로 떨어져 8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환율이 더 떨어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폐쇄, 부채한도 증액 협상 난항 등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에서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지속, 경상수지 19개월 연속 흑자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2~3주 정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연방정부 폐쇄가 2~3주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부채한도 증액 협상도 오는 17일까지 타결되지 못하면 오히려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환율이 급등할 수도 있다.

◆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8개월내 최저…1070원선 무너지나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3.7원 내린 1070.3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 24일(1068.7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저치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축소를 연장하면서 1070원대로 떨어졌고, 이후 1072~1077원 구간 내에서 움직이다 이날 1070원선 근처까지 내려앉았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일단 우리나라의 견조한 펀더멘털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8월 57억4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1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지난 4일까지 27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월간으로 봐도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순매수 하고 있다. 그 결과 9월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417조4000억원으로 지난 5월(414조원)이후 넉달만에 다시 400조원 고지를 회복했다. 그만큼 달러화가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1일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임시폐쇄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양적완화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FOMC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지 않은 것도 미국 경제의 회복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연방정부 폐쇄로 미국 성장률이 떨어지면 양적완화 축소도 그만큼 미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美 정부폐쇄 등으로 107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연방정부 폐쇄가 이번주를 넘길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일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연방정부 폐쇄가 1주일만 넘겨도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정부 폐쇄가 2주 동안 이어지면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5%포인트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연방정부 폐쇄가 다음주까지 이어지면 폐쇄기간이 2주를 넘어서면서 성장률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주 안에 미 국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올해 안에 양적완화 축소도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폐쇄가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미국 FRB도 연내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장 이번 주에도 미국 연방정부 폐쇄가 계속되면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70원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원화 환율의 전 저점은 올해 1월 11일 기록한 1054.7원이다.

그러나 연방정부 폐쇄가 2~3주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부채한도 증액 논의에도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는 오히려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심리 위축으로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달러 강세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