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들고 있는 개인 투자자는 4만명을 넘어선다. 동양그룹 부채비율이 1200%에 이르고, 1~2년 전부터 위기설이 꼬리를 물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왜 개인 투자자들은 법정관리 위험이 높아 언제든 휴지 조각으로 변할 수 있는 동양그룹 CP와 회사채에 투자했을까?

증권업계에서는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은 불완전 판매도 상당수 되겠지만, 투자자들이 '고금리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 금리는 연 7~8%, CP는 6%에 달했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예금(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 금리가 2%대로 추락한 상황이라 개인 투자자가 몰렸다. CP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90일이라 1~2차례 고수익을 본 투자자들이 계속 투자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동양그룹이 재계 30위권이지만,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동양매직 등으로 인지도가 높아 "설마 문제가 있겠느냐"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으로 금융 당국은 분석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어떤 위험이 있길래 그렇게 높은 금리를 주느냐'를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넣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개인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당시 원금 보장이 안 되는 후순위채 투자자 중에 금융 지식이 떨어지는 고령자나 은퇴자가 많았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년간 동양증권을 4차례 검사하면서 매번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양증권이라는 상점의 건전성을 따지는 데 그쳤고, 대량으로 팔아치우고 있는 불량 상품(동양그룹 CP와 회사채)에 대한 점검은 소홀히 한 것이다.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에는 "투기 등급의 CP를 보유할 수 없다"는 내규를 만들게 하고 위반 시 감독권까지 행사하면서, 1조원이 넘는 개인 투자가 몰리는 것을 뻔히 알고서도 수수방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