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이 9월 초 회사 직원들에게 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불과 3주전에 해당기업의 CP를 판매하도록 권장한 것이다.

2일 동양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달 초 서울 강남허브센터에서 직원들에게 계열사 CP 판매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그룹 계열사들의 부도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동양(001520)이 동양시멘트의 지분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판매를 독려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양이 9월 30일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동양시멘트도 이달 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동양시멘트의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이를 담보로 발행한 ABCP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손해를 입게 된다.

앞서 동양은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올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1569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이 중 1000억원 가량은 9월 들어 발행된 것이다. 동양그룹측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ABCP 발행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동양증권 직원들은 “사장의 말을 믿고 판매했다가 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동양증권의 전국 지점장들 사이에서는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철회를 요구하는 연판장까지 돈 상태다. 동양증권 노조는 이와 관련, 법원에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청원서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