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 고지를 다시 밟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4거래일 연속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고, 5조22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 양적완화(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우려로 대다수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뚜렷이 대조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수세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도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낙관적인 의견이 많다. 원화 가치가 많이 올랐어도, 외국인이 수출주를 중심으로 매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주 담는 외국인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수출 기업을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 수출주의 간판선수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5일 연속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도 지난달 26일부터 현재까지 13일 연속 외국인이 사고 있고, 기아차도 이달 들어 하루만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주식을 꾸준히 샀다.

미국을 선두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이 수출주에 호재가 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엔저에 속도가 붙으면서 일본 주식을 사고 한국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은 엔화 약세가 주춤한 틈을 타 다시 한국 수출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앤드루 스완(Swan) 아시아 주식운용팀 총괄은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엔화 약세 상황을 잘 견뎌냈다”며 “미국의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 국면까지 잘 견디면 상승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외국계 증권사 “원화 강세 우려할 수준 아냐”

관심사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얼마나 더 살지에 쏠리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사자’ 행렬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화 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최근 1100원대 밑으로 내려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원화가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절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 일본 엔화보다 덜 절상된 것에 주목했다. 한국 수출에서 유럽ㆍ중국ㆍ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인데, 원화가 이들 통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현재 원화 가치가 20% 정도 절하된 상태라는 점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양적완화 축소 등)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더라도 원화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해도 될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욱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제지표가 좋아지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