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개발 사업이 하도급 구조가 된 것은 대금 지급 방식이 건설 현장 일당 노무자와 같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를 '인두세(人頭稅) 방식'이라고 한다. SW 개발에 투입되는 사람 수에 노임(勞賃)을 곱해 납품 가격을 정하는 것.

예컨대 대졸자(경력 3년 미만)는 '초급 기술자'로 일당 17만2789원, 경력 3년 이상에 정보처리기사 1급 자격증 소지자인 '중급 기술자'는 20만7710원 하는 식이다. 투입 인력의 능력은 따지지 않는다. 마치 고물장수가 헌책을 저울에 달아 사가는 것처럼 값을 매긴 것이다. 하도급 업체들 입장에선 고급 기술자 한 명 대신 중급·초급 기술자를 여러 명 투입하는 게 이윤이 더 많이 남는 구조다.

중소기업인 T사의 이모(53) 사장은 대기업 A사의 하도급을 받아 진행하는 금융회사 정보화 사업에 고급 10명, 중급 10명, 초급 10명 등 30명을 투입하고 있다. T사는 A사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투입된 기술자의 숫자와 근로 일수에 맞춰 받는다. 고급 기술자 한 명당 월 800만원, 중급은 700만원, 초급은 5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이 사장은 "건설 인력업체가 돈을 받는 방식과 동일하다"며 "이런 현실에선 굳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도 없고, 그럴 만한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비판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부터 '기술자 등급제'를 폐지했다.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제도 없어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기술자 투입 숫자와 근로 일수에 따라 대금 결제를 하고 있다.

박환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심지어 정부조차도 인건비 수준밖에 안 되는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며 "저가 입찰 관행 때문에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