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단지

광주광역시의 전세 시장이 심상치 않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일부 구(區)에서는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더 비싼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말도 안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한동안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였던 것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4·1대책 세부실행 방안 역시 인위적인 공급 물량 잡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앞으로 주택 시장 왜곡 우려를 낳고 있다.

◆ 전세가 매매 넘어서는 역전현상

광주의 전세금은 몇 년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광주의 전세금은 2011년 16.2% 올라 충북(16.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올랐다. 작년에도 3.25% 오르며 6대 광역시 평균(3.07%)을 웃돌았다. 올해는 7월까지 2.73% 상승했다.

전국 전세가율. 광주가 가장 높다

전세금은 많이 오르는 반면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이어가면서 전세가율은 80%를 육박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기준 광주의 전세가율은 77.3%. 시·군·구별 상위 5위 순위에서는 광주 광산구의 전세가율이 80.7%로 가장 높았고 광주 서구(78.3%)는 3위에 올라 있다.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광주 광산구, 남구, 북구에서는 2분기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더 비싼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월계동 모아아파트 95㎡의 경우 4월 1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매매가는 5월 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전세가가 1000만원 더 비싸다. 같은 동네 첨단 우미1단지 아파트 78㎡형은 4월에 1억17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6월에는 1억680만원에 매매가 됐다. 이곳 역시 전세가 1100만원 더 높았다.

광주 북구 매곡동 서강프라자 59㎡는 올해 4월 84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같은 달 전세는 9000만원에 거래됐다. 호반2차아파트 59㎡ 역시 4월 전세가 9500만원이었는데 6월 매매가는 9100만원으로, 전세가 400만원 비싸다.

◆ 미분양으로 공급 줄여 입주물량 급감한 것이 원인

광주의 전세 시장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장기간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광주는 넘쳐나는 미분양 때문에 대구와 더불어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렸다.

광주광역시 미분양 물량과 6대 광역시 평균. 2008년 전까지는 미분양 물량이 평균 수준을 웃돌았지만 공급 감축으로 몇년째 평균을 밑돌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온나라부동산 통계 자료에 따르면 광주의 연도별 미분양 물량은 2006년 6506가구로 6대 광역시 평균 물량(5054가구)보다 많았다. 또 2008년까지 3년 동안 미분양 물량이 6대 광역시 평균을 웃돌았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업체들은 장기간 광주 지역에 신규 물량을 공급하지 않았다. 호남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광주의 경우 지역 내 산업 기반이 약해 주택 구매수요가 부족한데 반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량이 공급되면서 대량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었다"며 "이에 따라 한 동안 업체들이 아파트 공급을 꺼렸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이 없다 보니 미분양 물량은 자연스럽게 줄었고 입주 물량도 급감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광주의 미분양 물량은 2009년부터 6대 광역시 평균을 밑돌기 시작해 올해 5월 1350가구로 6대 광역시 평균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광주광역시와 6대 광역시 평균 입주 물량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신규 분양이나 매매에 나서야 할 수요가 불투명한 시장 전망 탓에 전세 시장에만 머물면서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을 이끄는 것이다.

광주시 광산구 M공인 관계자는 "가뜩이나 전세는 재계약이랑 월세 전환 매물이 많아서 나오자 마자 바로 나가는 상황"이라며 "매매로 빠져야 할 주택수요가 전세시장에 머물고 있어 전세만 강세인 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의도적 공급 물량 줄이기, 역효과 발생할 수도"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주택 물량 공급을 줄일 경우 광주시와 같은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광주의 경우 인위적인 공급 물량 감소가 전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진 모습"이라며 "주택은 공급이 비탄력적인 재화이기 때문에 장기적 계획 없이 조절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지역별 물량 공급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관리할 때 탄력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공급 물량 줄이기 대책이 수도권 내에서도 분양이 잘 안되는 지역에 국한돼 부동산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광주처럼 인위적인 시장 조절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