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동안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20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저금리 장기화로 수신금리가 떨어진 데다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거액 자산가들이 은행에 맡겼던 돈을 빼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기예금 잔액은 605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9조9000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하반기에도 9조2000억원 줄었었다. 반면 보통예금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예금 잔액은 올 상반기에 8조9000억원이 증가해 작년 같은 기간의 증가폭인 2조5000억원 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단기 금리가 거의 없는 수시 입출식 요구불예금 잔액도 올 상반기 6조3000억원 늘어 작년 상반기 증가액 1조9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고 수신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자금이 단기 부동(浮動)화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들도 돈 굴릴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정기예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이자와 배당소득의 합이 4000만원 이상이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은 올해부터 2000만원 이상으로 강화됐다.

정기예금 등 은행이 원화예수금으로 조달한 금액은 올 상반기 18조1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은행채 등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7조5000억원이었다. 은행들이 상반기에 원화로 조달한 자금은 총 2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원화 자금조달 잔액은 6월말 기준 1277조8000억원이었다.

6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1133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7조100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23조5000억원, 가계대출 잔액은 3조6000억원을 늘었다.

기업대출 중 대기업 대출잔액은 상반기 7조4000억원 늘어나 작년 같은 기간 20조3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반면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6조1000억원이 증가해 작년 전체 증가액(6조5000억원)보다 많았다.

가계대출잔액은 신용대출이 2000억원 줄고 주택담보대출이 3조8000억원 늘어나 작년 말보다 총 3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조3000억원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2011년 상반기 13조원보다는 많이 줄어든 규모다.

5월 평균잔액 기준 원화 예대율(대출 잔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수치·양도성 예금증서 제외)은 평균 96.5%로 규제기준인 100% 이하를 충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