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북극의 빙하 면적이 한겨울의 2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역대 관측 기록 중 최소 면적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얼음이 녹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짧은 기간이지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북극 항로 모든 구간의 빙하가 완전히 녹아 배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로 빙하가 줄어든다면 2020년에는 6개월 동안, 2030년에는 1년 내내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자원 보고인 북극이 열리기 시작하자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북극해 연안 국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의 관심이 북극으로 집중되고 있다.

"북극을 차지하라" 국가 간 쟁탈전 치열

'북극 쟁탈전'을 벌이는 북극해 연안 국가 중에서도 북극해 연안 면적이 가장 넓은 러시아의 발걸음이 가장 분주하다. 러시아는 2007년 북극 해저의 최대 산맥인 로모노소프 해령 탐사를 마쳤고, 북극 연안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달아 설치했다. 석유가스전(田)도 개발 중이다.

2010년 8월 국내 첫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해 빙하를 가르며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알래스카에 인접한 북극 자원 개발에 발 벗고 나섰다. 미 해군은 북극 탐사 예산을 40% 늘렸다.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란드) 등 나머지 연안 국가도 셸, 엑손모빌, BP, 스탯오일 등 글로벌 자원 기업들의 힘을 빌려 북극 해상 광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연안국들이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북극 다툼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 개발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북극 해저 땅을 서로 많이 차지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이른바 '빙하 냉전(Ice―Cold War)'이라는 이 영토 분쟁의 핵심은 배타적경제수역을 어디까지 확장하느냐이다.

유엔해양법에 따라 통상적 200해리 경제수역을 넘더라도 350해리까지는 자국의 대륙붕이 연장된 경우 배타적수역으로 인정받는다. 문제는 연안국들이 주장하는 자국 대륙붕 연장 지역이 대부분 서로 겹친다는 것이다. 특히 2009년에는 러시아가 주변국과 논란이 되고 있는 북극 해저 4200m 지점에 국기를 꽂아 싸움에 불을 붙였다.

또 북극 항로 사용권을 둘러싼 논란도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와 캐나다는 자국 연안의 북극 항로에 대해 국내법이 적용되는 내수(內水·internal waters)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는 국제법이 적용되는 자유 항로라고 맞서고 있다.

한·중·일도 북극 개발에 도전장 내밀어

북극 개발에 참여하려는 비(非)연안국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는데, 한·중·일 3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3국은 지난 5월 북극위원회 영구 옵서버 자격을 동시에 따내 북극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북극위원회는 북극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연안 8개국 모임인데, 한·중·일이 영구 옵서버 자격을 얻었다는 것은 북극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한국은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발바르섬에 극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2010년에는 한국 최초의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號)'가 북극 항해에 성공했다. 2011년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의 우미악 가스전의 지분 20%를 사들였고, 2012년에는 그린란드 정부와 자원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북극 항로가 열릴 것에 대비해서도 부산시가 북극해항로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중국 정부도 북극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인 극지연구자문위원회를 신설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지난 4월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것은 북극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은 아이슬란드 북동부 해안 지역의 석유 개발권을 얻었고, 그린란드에서는 희토류 개발에 착수했다.

일본은 지난해 6월 북극 개발을 강조하는 '자원 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300여명이라는 대규모 북극 답사단을 파견했다.

지구 상 마지막 자연 자원 노다지

이렇게 전 세계가 북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북극에 매장되어 있는 막대한 자원 때문이다.

북극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의 22%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가스 47조㎥, 석유 900억배럴 등 전통적 자원뿐 아니라 메탄가스, 가스하이드레이트, 오일셰일 등 비전통적 자원도 풍부하다. 여기에다 약 2조달러 상당 철광석·구리·니켈 등이 있다. 금·다이아몬드·은·아연·납·우라늄 등 값비싼 광물 자원이 다양하게 분포해 그야말로 지구 상 마지막 노다지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해빙과 함께 한류성 어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2020년에는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37%가 북극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 못지않게 큰 매력은 새 항로의 탄생이다. 북극 항로는 동아시아와 북대서양 연안 지역을 이어주는 최단 거리 바닷길이다. 북극 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거리는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7000㎞ 단축된다. 시간으론 열흘이 단축되는 것이다.

부산과 뉴욕 간 거리도 5000㎞(6일)가 단축된다. 이렇듯 인류에게 새로운 자원과 항로를 가져다 줄 북극이 점점 더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북극(北極)은

일반적으로 북위 66.5도 이북 지역 또는 사계절 내내 땅이 얼어있는 영구 동토(凍土)층이 생기는 한계선 이북 지역을 뜻한다. 기후적으로는 7월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이다. 북극해는 북미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로 평균 두께 2~3m의 해빙으로 덮여 있다. 북극해는 지중해의 4배 크기(약 1200만㎢)의 대양으로 평균 수심은 1320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