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전경(사진출처 김포공항)

정부가 운영하는 김포공항 내의 상업시설들을 대부분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중소기업 상생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장소의 음식점 마저 대기업들이 독점하는 구조인 셈이다.

13일 유통업계 및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김포공항 국내선 출국장 3층 격리대합실 내 탑승 게이트 6번, 9번, 12번, 15번 등에 4곳의 우동집(187.90㎡)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격리대합실은 국내선 출국수속을 끝내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곳 인 만큼 일반대합실과는 달리 외부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다. 이 대합실 내 상업시설이라곤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는 우동집 '스냅스낵(SNAP SNACK)' 4곳과 편의점 1곳 뿐이다.

삼성의 스냅스낵(출처 삼성에버랜드 사보)

스냅스낵은 유부우동, 김치우동 등 우동 제품과 충무김밥, 라면, 샌드위치, 커피, 주스 등을 팔고 있다. 이 곳은 다른 음식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돼 있어 출출하거나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기 지루한 여행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커피숍도 따로 없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려는 여행객도 이 곳을 찾는다. 돈까스는9000원, 김치우동, 유부우동 등 면류는 약 7000원 안팎으로 서울 시내 일반적인 음식점에 비교해 비싼 편이다.

지난 2009년 한국공항공사는 이곳 음식점 운영자를 찾기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참가자격은 입찰공고일 현재 식품위생법에 의한 휴게 또는 일반음식점을 직영으로 500 ㎡이상 운영하고 최근연도 매출액이 50억원 이상인 업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충분히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었다.

삼성에버랜드는 그 동안 푸드코트나 급식사업 외에는 휴게 음식점 사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호텔신라가 재벌빵집 논란으로 지난해 4월 고급 베이커리 '아티제'를 운영하는 보나비를 대한제분에 301억원에 매각하고 철수한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급식사업을 하고 있어서 그룹이나 병원 내에 직원식당 등을 운영해 온 정도다.

그런데도 공항공사는 삼성에버랜드를 입찰 협상자로 선정하고 5년간의 계약을 맺었다. 내년 9월에 5년간의 계약이 종료되는데, 공항공사 평가결과에 따라 2년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삼성뿐 아니라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도 김포공항 내 음식점, 편의점 등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포공항 국내선 1층 푸드코트인 '푸드오클락'은 CJ(001040)계열사인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 옆에는 CJ가 운영하는 빵집 뚜레쥬르가 있다.

CJ 푸드코트 '푸드오클락'(사진출처 김포공항)

2층에는 식품 대기업 SPC그룹이 운영하는 던킨도너츠와 떡집 '빚은'이 있다. 이 자리는 원래 '종로떡방'이 있던 자리였으나, 공항공사가 입찰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면서 대기업이 차지하게 됐다.

입국장인 1층에는 CU 편의점도 있다. CU는 대주주가 삼성그룹과 관계 있는 대기업 BGF리테일이 운영 중인 편의점이다. 김포공항에서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음식점은 가츠야, 명가소반, 용우동 정도가 전부다.

김포공항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공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공항에는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커피숍인 엔제리너스(1층)와 롯데리아(4층)가 있고, 3층에는 SPC의 빵집 파리바게뜨가 4층에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벅스 등 대기업 소유 음식점이 포진하고 있다.

제주공항 내 롯데 엔제리너스(사진출처 제주공항)

김해공항은 CJ푸드빌의 푸드오클락(3층)이 푸드코트를 차지하고 있고, 롯데 계열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신세계의 스타벅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런 공항 상업시설 임대는 한국공항공사 각 지역본부가 맡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입찰공고만 내고 있을 뿐, 입찰 결과나 입찰 조건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사가 임대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는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입찰 자격이 '매출 수십억원 이상'이다보니 중소기업들이 입찰에 참가하기 힘들다"면서, "감사원 감사 등을 받는 입장에서 매출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국가계약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김포공항의 경우 초기 입점에 필요한 투자비용도 크고, 위생관리 기준도 높아 대기업 참여를 희망한 공항공사의 요청에 따라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가 되기 전인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2014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계약을 파기하기 힘들어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