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아빠들이 출산휴가를 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부터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성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 재원조달방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관련 법안이 연내 통과될 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27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정책방향을 작성할 당시에는 아빠의 달 제도 확정안(案)이 상반기 내에 마련될 줄 알았는데, 뜯어보니 더 논의해볼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이 제도를 당초 원안대로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많다"면서 "하반기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아빠의 달'은 배우자가 출산 90일을 앞둔 남성 근로자에게도 30일 간의 출산휴가를 주도록 하는 제도다. 작년 8월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기초로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저조한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선 공약,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00대 국정과제에 이어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도 포함시켰다.

기재부가 올 초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아빠의 달 도입방안 및 재원마련방안에 대한 논의를 끝내고 하반기에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상반기에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관련부처가 난항을 겪으면서 하반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상정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여성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아빠의 달' 제도의 원안인 '남녀고용평등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이 제도는 출산휴가를 낸 남성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현행 법상 출산휴가를 낸 여성 근로자에게 사업주는 통상임금의 40%만 지급하도록 돼있어 여성과 남성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5년간 2조원에 달하는 재원조달방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아빠의 달 제도를 시행할 때 소요되는 재정규모는 2013~2017년 간 총 1조9813억원으로 분석됐다. 남성근로자에게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 비용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기금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보험기금은 늘어나는 육아휴직급여, 산전휴 휴직급여 등으로 인해 지난 2007년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기금 측은 여기에 아빠의 달 제도 시행으로 인한 통상임금 부족분까지 감당하게 되면 고용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통상임금 지급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확정안이 언제쯤 나올 지는 미지수다. 6월 초 발표될 일자리 로드맵에 관련 부처가 총동원돼 '아빠의 달' 제도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국민들의 기대감을 돋우기 위해 실현가능성이 낮은 정책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출범 초기 남성근로자에게 출산휴가를 준다거나, 연장근무시간을 휴가로 돌려준다거나 하는 유럽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일단 밝혔지만, 희망사항과 이행여부는 또다른 문제"라면서 "시행이 당초계획보다 늦춰지거나 유야무야될 경우 국민들의 실망감을 키워 오히려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