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놓여있는 비(非)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악화로 고용 사정이 악화되며 최근 비경제활동인구는 인구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여성과 청년층의 비경제활동인구가 두드러지고 있다.

19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15~64세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 비율(inactivity rate)은 33.7%로, 34개 회원국 중 터키(45.6%), 이탈리아(36.2%) ,멕시코(36.1%), 헝가리(35.3%)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OECD 회원국 평균(29.1%)보다 4%포인트 이상 높았고, 인접국인 일본(25.9%)과도 8%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OECD 집계에 포함되기 시작한 2000년(35.6%) 이후 거의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여성 인구에서 두드러졌다. 15~64세 여성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45%로 OECD 평균(37.7%)보다 7%포인트 이상 높았다. 전체 회원국 중에서는 다섯번 째로 높았다. 남성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 비율(22.6%·14위)과 비교하면 절대적, 상대적으로 모두 높은 수치였다. 남성 인구의 경우 OECD 평균(20.4%)보다 2.2%포인트 높았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각국과의 비교에서 우리나라 15~64세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최상위 수준인 것은 여성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5%로 선진국 중 낮은 편인 일본(63.7%)에도 크게 못 미친다.

최근 비경제활동인구 중가 추세를 감안하면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07만4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15세 이상 인구 증가율(1.3%)을 앞지르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은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15세 이상 인구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인구가 늘어나면 덩달아 증가하기 마련이지만 경기 둔화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인구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 실업자에서 제외되는 '실망 실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이 취업자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대량 편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는 고용 지표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2~3월 실업률과 고용률이 함께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지표는 통상 반대의 흐름을 보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가 늘며 취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용률도 떨어진 것이다. 고용률은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지만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집계된다.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 새 정부 국정과제의 핵심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은 더욱 어려워진다. 황수경 연구위원은 "비경제활동인구만 보고 고용 시장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고용률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15~64세의 고용률은 64.4%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일자리 로드맵을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여성과 청년층을 노동시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로드맵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 근로자의 경력 단절 문제 해소와 청년층의 해외 일자리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