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에서 10조~15조원 마련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5년간 총 135조원이 필요한데 정부는 세출예산을 줄여 82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예산을 줄여야 하는 분야가 SOC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SOC 예산을 마음 놓고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도 이런 고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무총리 및 17개 부처 장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7시간 동안 새 정부의 재정운용 계획과 국정과제 실천계획 및 재원조달 대책 등을 담을 '공약가계부'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와 내년 경제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SOC 투자 등을 급격하게 줄이게 되면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SOC 예산을 크게 줄여야 하지만 이보다는 경기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당초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SOC 예산을 매년 14%씩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약 20조원 가량의 SOC 예산을 줄일 수 있다. 정부도 당초 내년부터 4년간 20조원 가량의 SOC 예산을 감축해 공약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 상황때문에 이를 대폭 줄여 SOC에서 뽑아낼 재원을 4년간 10조~15조원 가량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SOC 투자를 줄여야 하지만 경기침체를 우려해 SOC 예산 감축에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이다.

고용률 역시 SOC 예산을 마음껏 줄이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고용률은 64.2%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내 목표를 이루려면 매년 48만개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4월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만2000명에 불과하다. 고용률을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고용유발계수가 큰 SOC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없다.

정부는 또 SOC 예산을 줄이더라도 민간 자본을 적극 활용해 SOC 사업이 줄어드는 것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형민자사업(BTL) 방식이다. 민간의 자본을 활용해 SOC를 건설한 후 정부가 민간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민간 자본으로 SOC 사업을 벌여 정부 지출을 줄이고, SOC 사업 축소로 인한 경기 둔화 및 고용 위축도 줄인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BTL 사업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고, 적자는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어서 민간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약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SOC 예산을 과감하게 줄여야 하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세수도 주는 등 오히려 공약 재원 마련이 더 힘들어 진다"라며 "공약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우선은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