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가 여전히 대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악화로 부동산 관련 부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게 주요 원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2 회계연도 3분기(2012년 7월~2013년 3월) 누적 실적을 공시한 13개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큰 폭의 적자에 냈다. 후순위채를 발행했거나 증시에 상장된 저축은행은 분기마다 공시를 해야 한다.

총 자산 5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저축은행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 3월 말까지 9개월간 37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7.2%로 떨어졌다. 지난 3월 일본의 투자금융회사 SBI그룹에 인수된 현대스위스는 SBI그룹의 2375억원 증자 참여로 지난해말 기준 BIS 비율을 7.0%로 높여놨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적자로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증자가 필요하게 됐다.

현대스위스의 적자 원인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계속 부실이 발생하고 있고,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넘어갔던 부분도 규정을 엄격하게 따져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스위스는 검사와 관련해 금감원에 이의신청을 낸 상태다.

SBI는 검사 결과가 확정되면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증자해야 하는 금액이 많아 금감원과 단계적 증자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한꺼번에 부실을 정리하다 보니 적자가 커졌지만 대주주의 경영 정상화 의지가 강하고 증자 여력이 충분해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SBI는 현대스위스의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개인·법인 대출을 소액화하고 연 30% 정도의 개인신용대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7월부터 사명도 SBI저축은행으로 바꾸고 SBI그룹과 연계를 강화한다.

자산이 1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 대부분도 적자를 냈다. 현대저축은행(자산 1조115억원)은 -577억원, 푸른저축은행(007330)(자산 1조1296)은 -116억원, 동부저축은행(자산 1조5287억원)은 -7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모두 10%를 넘어 건전성에 문제는 없다.

자산이 2조7197억원에 달하는 HK저축은행은 214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중소형저축은행 가운데 골든브릿지저축은행은 42억원, 스마트저축은행은 11억원, 공평저축은행은 1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해솔저축은행은 -350억원, 한울저축은행 -43억원, 대백저축은행 -29억원, 신민저축은행은 -2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신민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3.22%를 기록했으며 대주주인 삼환기업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