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가 치명적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냈다. 미국 록펠러대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의 조박(曺博·37·사진) 박사와 헤르만 스텔러 교수 연구진은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셀(Cell)' 25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골수종에 걸린 생쥐에게서 세포의 '프로테아좀(proteasome)' 합성을 차단하면 암세포가 더는 자라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논문의 제1저자다.

프로테아좀은 세포에서 다 쓴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으로 바꾼다. 아미노산은 다시 다른 단백질 합성에 쓰인다. 프로테아좀은 일종의 단백질 재생공장인 셈. 프로테아좀이 작동하지 않으면 비정상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쌓여 알츠하이머 치매나 인간 광우병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 반대로 프로테아좀이 과도하게 작동하면 정상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 암세포로 발전한다.

과학계는 프로테아좀 조절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프로테아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수많은 연구에도 프로테아좀 복합체 형성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조 박사팀은 이번에 여러 단백질이 결합해 프로테아좀 복합체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나아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화합물이 해당 효소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처음 밝혔다. 골수종에 걸린 쥐에게 이 화합물을 주사하자 암세포 성장이 멈췄다. 조 박사는 "노바티스사가 우리 연구 결과를 보고 해당 화합물을 골수종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캐나다 이민 가정 출신으로 형과 동생까지 3형제가 모두 맥길대 의대를 나온 의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