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와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 계열 민간 발전회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발전사들은 자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 기업이다.

민간 발전사 회사별 로고 (사진 : 조선일보 DB)

반면 민간 발전사에서 전기를 구매해 공급하는 한전은 최근 1년 반 동안 네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 지난해 큰 폭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전이 국민의 부담을 감수하고 인상한 전기요금으로 대기업 발전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독점하는 민간 발전시장에 일반 국민이 주주인 발전사들을 참여시켜 경쟁을 촉진하거나 한전이 발전사업을 책임져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 SK E&S 영업이익 전년 比 156% 증가…포스코·GS 계열 발전사도 ‘대박’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3대 민간 발전사 중 하나인 SK E&S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601억원으로 2970억원이었던 전년보다 무려 155.9%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6097억원으로 1759억원에 머물렀던 전년대비 246.7%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포스코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32억원으로 전년(1406억원)에 비해 94.3% 증가했다. GS EPS도 영업이익이 전년 864억원에서 1142억원으로 32.2% 늘었다.

민간 발전사들의 전년대비 영업이익 증가율(단위 : 억원, 자료 : 금융감독원)

반면 이들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공급하는 한전은 지난해 81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를 냈다. 최근 1년 반 동안 4차례나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재무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처럼 민간 발전사들과 한전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한전이 발전사들에 지급한 전력구매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에 지불한 전력구매 비용은 전력시장 거래와 직거래를 합쳐 10조4480억원에 이른다. 이는 7조7000억원이었던 전년보다 35.7% 증가한 것이다.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이 증가한 것은 민간 발전사들이 한전에 판매하는 전력의 KWh(킬로와트시) 당 판매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SK E&S의 경우 한전에 공급하는 KWh 당 단가는 2011년 127원에서 지난해 163원으로 28.4% 뛰었다. 포스코에너지도 같은 기간 133원에서 161원으로, GS EPS도 124원에서 142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민간 발전사별 전력판매단가 상승률(단위 : 원, 자료 : 금융감독원)

◆ 국민 전기료 부담 늘려 민간 발전사는 '돈 잔치' 지적도

큰 폭으로 늘어난 민간 발전사들의 수익은 임직원들에게 후한 보상으로 돌아갔다. SK E&S는 지난해 벌어들인 5479억원의 당기순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 중 5130억원을 배당금으로 풀어 94%의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7000만원으로 5100만원이었던 전년대비 2000만원 가까이 늘었다.

GS EPS 역시 현금배당액이 2011년 224억원에서 지난해 41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도 2011년 5821만원에서 지난해 6873만원으로 1000만원 넘게 뛰었다.

한전은 지난 2011년부터 막대한 적자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으로 전기요금을 꾸준히 인상해 왔다. 2011년 8월 4.9%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18.3% 요금을 올렸다. 결국 잦은 인상으로 늘어난 국민들의 전기료 부담이 민간 발전사들의 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물론 한전은 민간발전회사 뿐만 아니라 한전 계열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기도 구매한다. 그러나 한전 계열 발전사에서 구매하는 전기의 단가는 민간 발전사보다 훨씬 저렴하다.

전력 당국은 민간 발전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챙긴다는 지적이 늘자 발전사에 지급하는 정산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정산 상한가격제’를 올해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한제가 시행돼도 발전사들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매출의 1.5%에 불과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 국민 주주 발전사 출범·한전 중심 발전체계 개편 등 대안제시 잇따라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요금 부담으로 소수의 대기업 발전사들이 많은 이익을 챙기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훈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일본 등 해외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시설을 세워 수익을 공유하고 경쟁을 높이고 있다”며 “최근 출범한 국민석유회사와 같이 국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발전사가 출범하면 전력시장의 경쟁이 촉진돼 한전의 전력구매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 전문가는 “영국과 독일 등은 전력시장을 민영화한 이후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발전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등 역효과가 발생했다”며 “몇 개의 민간 발전사들이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지금의 형태로는 전력의 공공성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