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의 통영 조선소.

세계 4위 조선사인 STX조선해양이 2일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하며 국내 조선업의 ‘허리’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중견 조선사로 꼽히는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이 이미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상황에서 STX조선해양마저 구조조정을 무릅쓰고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조선 순위 1~6위는 모두 우리나라 업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big)3에 이어 STX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이 뒤따르고 있다.

이후 7~13위까지는 중국 조선사 6개와 일본사 1개가 차지하고 있고, 성동조선해양은 14위다. SPP조선은 22위다. 국내 빅3와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와 현대삼호를 제외하면 20위권에 있는 국내 중견 조선사는 모두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중국이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위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중견 조선사들이 줄줄이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해양 플랜트로 눈을 돌린 대형사를 제외하고, 일본이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패권을 빼앗긴 것처럼 우리도 중국에 추격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조선사들은 위기를 지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 산업은 고용과 수출 등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위기만 잘 넘기면 조선 시황이 회복될 때 다시 우리나라의 ‘굴뚝 산업’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견 조선사 관계자는 “턱없이 부족한 금융기관의 선박제작금융을 확대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종견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선사에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서둘러 선박보증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