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5개월째 동결하자 증권사들이 뿔 났다. 증권사들은 금통위 결정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줄줄이 내놨다. 증권사들은 경기 부양이나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기준금리가 인하돼야 채권 관련 이익이 늘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금리 인하를 주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4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나오자 '표리부동(表裏不同)하는 금통위'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와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조합 가능성에 대해 한국은행이 원론적인 수준의 대응에서 그쳤다"며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표리부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투자는 4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처럼 대놓고 부정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다른 증권사들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경기 반등이 빠르지 않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예상했고, SK증권은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맞추려면 2~3월 경제 지표가 상당히 좋아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며 "한국 경제가 대외경제의 영향을 받아 회복하는 모습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4월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한 곳은 한화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소수에 그쳤다.

증권사들이 채권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접지 못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증권 거래대금이 급감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평가액은 오르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내심 기준금리 인하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원은 "대외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고, 기준금리 인하가 엔화 약세를 막는 효과도 없다는 평가가 많아 이번 달 기준금리는 동결 가능성이 컸다"며 "금통위 회의록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채권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