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의 1차 부도와 관련,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은행과 대형건설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롯데관광개발(032350), 코레일은 큰 타격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4일 용산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건설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관련업체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왕상 연구원은 “건설사 중 가장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삼성물산(028260)은 640억원 가량의 드림허브 지분과 780억원 가량의 전환사채(CB)를 보유 중인데 이 가운데 CB는 상당 부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용산 사태로 인한 손실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물산이 받을 수 있는 피해는 연 순이익의 9.3% 수준”이라며 “적지는 않은 규모지만 삼성물산은 용산 뉴스때마다 주가가 하락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차라리 이번 사건이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주가엔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출자사들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이왕상 연구원은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은 200억원 이하의 손실규모가 예상된다”며 “이번 타격이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는 점에서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사에 대해서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 중에서는 KB자산운용(10%) 우리은행(2.0%), 삼성생명(3.0%), 삼성화재(0.95%)가 재무적 투자자로 드림허브에 출자한 상태. 또 롯데관광개발에 대출해 준 곳은 하나금융(400억원), 우리금융(180억원) 정도다.

임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이미 매몰 비용으로 인식돼 왔다”며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코레일은 용산개발사업 채권자인 한국투자증권 등이 2조4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상환을 요청할 예정. 한 증권사의 크레딧 담당 연구원은 “아마도 코레일은 공사채 발행,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데 원활하지만은 않을 예정”이라며 “드림허브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부도에 따른 일부 자본잠식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코레일 공사채는 채권 가격 하락 확률이 높다”며 “투자자들 역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주요 여행업체임에도 용산 리스크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 연구원들이 분석 대상(커버리지)에서 제외해놓은 상태. 한 연구원은 “이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기업”이라며 “용산 사태로 인해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주사업에도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