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서 2011년 퇴직한 K씨(58)는 지난해 한 대형마트에 재취업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지만 마트에서 계산을 한다. 한 달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지만 '무기계약직'이라서 정년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 전업주부였던 L씨(52)는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떡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자녀 두명이 각각 대학교 신입생, 고등학생인데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정년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같은 매장에는 L씨와 상황이 같은 주부가 두 명 더 있다.

경기 부진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창업·재취업 증가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서비스·판매업 종사자가 2004년 통계 개편 이후 8년만에 처음 증가했다. 반면 관리자·전문직과 사무직 종사자 증가세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판매 종사자는 555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19만1000명이나 증가했다. 서비스·판매업 종사자가 늘어난 것은 2004년 관련 지표가 개편된 이후 처음이다. 2005년(-5만명) 이후 2009년(-15만5000명), 2010년(-14만명), 2011년(-4000명) 등 최근까지도 꾸준히 감소했었다.

특히 판매 종사자가 11만4000명이나 증가해 단일업종 중 증가규모가 가장 컸다. 판매 종사자는 매장 판매직, 방문·노점·인터넷 판매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의류, 화장품 등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판매 종사자로 분류된다.

반면 전문가·관리자, 사무 종사자 등의 전년대비 증가폭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업 임원, 고위 공무원 등을 포괄하는 관리자와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는 525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5만5000명 증가했다. 2009년(4만1000명) 이후 증가폭이 가장 적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0대 이상 여성의 고용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가계수입 증대를 위해)전반적으로 전문직보다 판매직종으로 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20~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2.8%로 전년대비 0.4%포인트 감소했지만 50~59세, 60세이상은 73.8%, 38.4%로 전년대비 각각 0.7%포인트, 1.0%포인트 증가했다.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과거에는 제조업의 생산직 중심으로 고용이 이뤄졌다면 점차 서비스업으로 인력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면서 "최근 10년간 관리직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정보기술 향상으로 인해 의사결정과정이 짧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