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은 떨어지고 전세금은 오르면서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고통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매 정보 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 낙찰되더라도 낙찰가가 너무 적어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지난해 수도권에만 6000명에 이른다. 집주인들도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이 있는 경우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2009년부터 전세가 급등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전국 주택의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9.3%를 기록했다. 아파트 전세가율은 63.9%로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금이 최근 2년 사이 15% 올랐지만 매매 가격은 5% 가까이 떨어졌다.

집값 하락과 전세금 상승의 일차적인 피해자는 350만 가구에 이르는 전세 세입자들이다. 집주인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반(半)전세(보증부 월세)를 요구하면서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작지 않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의 2월 월세 이율(0.81%)을 적용할 경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2억7300만원)을 보증금 2억원 반전세로 전환하면 세입자는 월 60만원가량을 월세로 내야 한다.

집주인들도 고통

집주인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 소형 아파트를 가진 직장인 하모(38)씨는 전세금 1억7000만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전세 시세가 1억8000만원으로 올라 다른 세입자를 구해 그 돈을 주면 되지만 문제는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 구매 당시 2억7000만원이던 아파트 값은 현재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주택 담보대출이 5000만원 남아 있다.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는 "전세금과 대출을 합치면 집값에 육박하니 전세를 놓고 싶으면 주택 담보대출을 갚으라"고 했다.

서울 서초동 집을 5억원에 전세로 줬던 최모(60)씨는 전세금 돌려주려다 집을 날렸다. 전세 계약이 끝나기 한 달 전쯤 세입자로부터 '○일까지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이 왔다. 세입자는 날짜가 다가오자 하루 20번씩 "돈 받을 수 있느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업 때문에 대출이 많았던 최씨는 상대적으로 이자가 비싼 제2금융권,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전세금을 돌려줬다. 하지만 대출이 많다 보니 세입자 찾기가 어려웠고, 이자가 불어나면서 결국 집을 압류당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서혜진 주임은 "하루 상담 188건 가운데 10%는 집주인"이라며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