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장에서는 불산 가스가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선일보DB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 개선과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퇴직자들의 잇따른 사망과 최근 화성 사업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이어진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화학물질과 부산물 연구평가, 환기시스템 연구 등을 수행할 전문인력 채용 공고를 내고 부품(DS)사업부 산하의 건강연구소에서 근무할 관련 인력 수십명을 뽑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또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반도체 공장 구축을 담당하는 인프라 기술센터에서 산업 안전과 방재시설 안전진단, 공사·작업 안전관리를 맡을 환경안전 전문 경력사원 수십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과 안전, 보건을 담당할 경력직을 집중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측은 "건강연구소를 비롯해 이번 환경 안전 보건 경력직 채용은 예정됐던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채용은 최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불산 유출 사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7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는 반도체 공정에서 세정액으로 사용되는 불산 수용액이 새면서 하청업체 5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발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이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해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가 잇따라 숨지자, 2010년 5월 반도체 공장 직원의 건강관리를 강화하겠다며 건강연구소를 설립했다. 출범 당시 석·박사급 8명이던 전문인력은 현재 17명으로 늘었고, 올해 안에 23명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삼성측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채용에서 건강연구소는 직원의 건강 관리 쪽 전문인력이 아니라 화학물질 연구와 유기성·무기성 부산물, 환기시스템 연구처럼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성이 짙은 분야 전문 인력을 중점적으로 뽑을 예정이다.

인프라기술센터도 이번 환경 안전 부문 경력자 모집에서 위험물 관련 자격 보유자를 우대하는 등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채용이 불산 누출 사고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작업장 환경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내부에서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