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미국에서 애플과의 특허소송,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로비자금 지출을 대폭 늘렸다고 블룸버그가 7일(현지시각)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로비자금으로 90만달러(약 10억원)를 썼는데, 이는 2011년(15만달러)보다 6배나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는 워싱턴에서 대관업무 강화를 위해 소니의 로비 전문가인 조엘 위깅턴을 영입했다.

삼성전자가 로비자금 지출은 이전 최고치(2008년 37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의 지식재산권법 교수인 포크 웨그너는 “삼성은 좌·우에서 소송에 휩싸이고 있다”면서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은 법적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미국 내 휴대폰 매출은 2008년 89억달러에서 지난해 185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경쟁사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외에 미국에서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으로부터 피소당했으며, 월풀이 제기한 반덤핑 관세 부과 문제도 겪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국내 본사 외에 해외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으며, 보다 신중한 기업운영이 필요하다”며 “(로비자금 지출 확대는) 투명성을 위한 투입”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로비자금은 아직 애플, 소니,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기업과 비교해 작은 편이지만 증가 속도는 빠르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미국 로비자금으로 200만달러를 사용했으며, 이는 2011년보다 13% 감소한 것이다. 소니도 지난해 330만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사용, 2011년 대비 10% 줄었다.

반면 구글은 지난해 무려 1820만달러를 로비자금에 쏟아부었으며, 페이스북도 400만달러를 썼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고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로비가 필요한 인터넷기업들이 로비스트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셈이다.

스탠퍼드대 로스쿨의 마크 렘리 교수는 “미 의회가 특허부터 저작권 침해, 인터넷 프라이버시 등의 문제제기에 나서고 있다”며 “기술기업들이 로비에 집중하는 것은 산업계에 대한 미국 법과 규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