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2년째 중소형 출판사에 다니는 이신희(가명·25)씨 한 달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다. 책이 좋아 출판사 직원이 됐지만 삶은 너무나 고단하다. 이씨 목표는 경력이 쌓이는 대로 좀 더 큰 출판사로 스카우트되는 것이다. 그러면 2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불경기 탓에 출판 시장이 죽으면서 업계 일자리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씨는 "출판 시장이 몇 년째 침체되면서 내놓은 책이 1만부, 아니 5000부만 팔려도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월급 100만원짜리 인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두렵다"고 말했다.

A은행에서 비정규직 직원이었던 김모씨는 지난해 신분이 정규직으로 바뀌면서 월급이 15%가량 올라 월 250만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에선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대거 이뤄지면서 수천명이 이런 혜택을 봤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월급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월급 100만원 미만의 근로 빈곤층과 월급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중간 소득 근로자들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근로자, 월급 양극화 심화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임금 근로자는 총 1786만2000명으로 4.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월급(월평균 임금 기준)이 100만원도 안 되는 근로자가 264만명으로 6.8% 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증가율 4.6%보다 높다. 반면 바로 위 계층인 월급 100만원대 근로자는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 월 100만원 이상을 주던 일자리가 100만원도 안 되는 일자리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저소득 근로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고소득 근로자도 늘었다. 지난해 월급 500만원을 넘는 사람이 102만9000명으로 100만명을 처음 넘어섰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4.7%로, 월급 200만~400만원대 근로자 수가 5~8%대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훨씬 크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이 계속 올라가면서 고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저임금 근로자와 고임금 근로자 비중이 함께 올라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 소득 일자리가 많이 늘어야 양극화가 해소되는데,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존 근로자 임금을 많이 올려 주느라 여력이 줄어서 새로 뽑는 일자리는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게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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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근로자 24만명, 월급 100만원 미만

일자리 양극화 문제는 고학력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근로자 중 월급이 100만원도 안 되는 사람이 24만명으로 1년 전보다 5.7% 증가했다. 이는 대졸 이상 전체 근로자 증가율 5.0%보다 높은 것이다.

업종별 양극화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고 있는 출판·영상업의 경우 월급 100만원 미만 근로자가 1년 전보다 47.4%나 증가한 반면, 월급 500만원 이상 근로자는 1.4% 증가에 그쳤다.

반면 금융업은 월급 100만원 미만 근로자가 1년 전보다 7.4% 감소한 반면, 월급 500만원 이상 근로자는 20.3% 늘었다.

금융회사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나가면서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줄고 고임금 근로자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업 임금 근로자의 경우 총 78만명 중 14만명(18%)이 월급 500만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꼴인데, 출판·영상업은 월급 500만원 이상 근로자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직군별로는 이미용 같은 서비스 직군은 월급 100만원 미만이 8.4% 증가한 반면 500만원 이상 증가율은 제로였다. 반면 전문가와 사무직 종사자는 총인원은 늘지 않았는데 월급 500만원 이상인 사람은 각각 9.7%, 7.6% 증가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전문가와 사무직 종사자는 일자리가 안 늘어나면서 고임금 근로자 비중만 늘고 있다"면서 "이는 누구나 선호하는 일자리에서 기존 근로자만 좋아지고, 새로 이 직업을 갖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