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간 갈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 수뇌부가 사실상 공백상태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임시 국회 회기인 5일까지 정부 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경기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새 정부의 경제정책 수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김동연 2차관은 이날부터 총리실로 자리를 옮겼다. 예산과 경제정책 조정을 담당하는 2차관 자리는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공석으로 남게 된 것이다.

물가·환율 등 거시경제의 현안을 맡는 신제윤 1차관도 지난 2일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실질적인 업무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청문회 등 금융위원장 후보로서의 준비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 차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금융위원장 청문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현안을 투잡으로 동시에 챙기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명동 은행회관에 사무실을 마련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재정부 직원들로부터 주요 업무 보고를 받고 있지만 공식 취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요 의사결정은 할 수 없는 상태다.

재정부는 당분간 박재완 장관-신제윤 차관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재정부 주요 의사결정자인 1·2차관의 업무 공백까지 생기면서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 차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2차관도 총리실로 옮기기 때문에 중요한 사항은 현오석 부총리 내정자께도 보고해 업무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실·국장들이 중심을 잡고 업무를 꼼꼼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물가’에 역점을 두기로 강조하는 가운데 그동안 장관 주재로 이뤄졌던 ‘물가대책회의’도 당분간 차관급 회의로 운영된다. 신 차관은 오는 8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새 정부 두 번째 물가대책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