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재정 기조가 이명박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에서 ‘건전재정 정착’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관리하는 ‘건전재정’은 매해 재정적자를 내지 않는 ‘균형재정’ 보다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다. 박근혜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 균형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기조 바뀌어

박근혜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국정과제 로드맵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강조하던 균형재정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균형재정은 관리대상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치)에서 수입과 지출이 같은 단계를 말한다. 한해 한해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반면 건전재정은 흑·적자의 개념 보다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국가채무비율은 적자 재정을 편성해 부채의 총량이 늘어나도 명목 성장률이 부채 증가율과 같거나 높을 경우 채무비율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떨어지게 된다.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가채무(전망치)는 445조2000억원으로 GDP대비 34.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가 부채비율(102%)보다 낮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하는 국가채무비율 적정수준은 60%이내다. 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현재 수준인 30%대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관리대상수지가 적자가 나도 국가 채무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건전재정 개념으로는 재정건전성이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

이처럼 균형재정이 아닌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것은 재정을 통한 경기 조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재정의 경기 조절 기능은 정부지출을 통해 경기 순환을 안정시키는 기능이다. 불경기에는 재정지출 확대로 유효수요를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기과열시에는 재정지출을 줄여 총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즉 지금같은 불경기에는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쳐 경기를 일으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다.

재정부 관계자는 “균형재정을 재정정책의 기조로 둘 경우 매년 균형만 따져야 하는데 그러면 재정을 통한 경기 대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올해 1월에 나온 조세연구원의 월간지 ‘재정포럼’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면서 “재정적자폭이 확대되더라도 법적인 제정준칙을 만들어 중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균형재정보다 건전재정의 기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재정건전성 우려도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445조2000억원으로 GDP대비 34.8%지만 자산 2조원 이상의 41개 공공기관 부채(485조4000억원)를 더할 경우 총 부채는 930조6000억원, 비율은 72.7%로 급증한다. 지금도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국회예산정책처의 2012~2060년 장기 재정전망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국가채무 비율은 점차 늘어나 2030년에 58.6%, 2040년에는 91.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윤준승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지금도 국가채무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재정건전성은 더 빠르게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전 세계가 경제 위기인 상황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한 경제 성장 효과도 크지 않아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민·관 경제연구소 4곳이 27일 정부에 전달한 거시경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대내외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재정위험요인이 있고, 다양한 복지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직적인 재정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향후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양한 재정위험요인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정여력 확보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