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에 최소 360억원을 출연한다. 국민행복기금은 서민들의 금융채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설립하는 기금으로 1조8700억원의 종자돈으로 18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24일 “지난 22일 정리된 부실채권정리기금 잔여액 중 은행이 가져간 금액은 다시 국민행복기금에 출연하기로 돼 있다”며 “은행들은 그동안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이익을 많이 회수했기 때문에 출연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만들어진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설립된 지 15년 만인 지난 22일 청산됐다. 부실채권정리기금 잔액으로 남은 현금 3566억원과 대우조선해양지분은 24개 출연기관이 출연비율에 따라 나눠 가졌다. 약 10%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지분을 가진 하나·산업·신한·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은 약 360억원의 현금을 받았는데, 이를 다시 국민행복기금에 출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추가 출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 금액은 최소 출연 금액이 될 전망이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총 39조2000억원을 투입해 46조8000억원을 회수해 회수율이 119%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즉시 설립되는 국민행복기금은 자활의지가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장기연체 채무를 매입해 채무조정을 하게 된다. 이 업무는 현재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맡게 될 전망이다. 캠코 고위 관계자는 “채무조정 약정을 맺은 사람은 자활의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채무조정 신청 시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주면 노동력을 신규로 공급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이 연체채무를 매입하거나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때 대상자 선정은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1회로 제한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내용을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채무 매입을 상시로 하면 원금 탕감을 받기 위해 대출을 받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체가 우려되거나 단기연체한 사람의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지원한다. 사전채무조정 대상은 신용대출 외에 하우스푸어(은행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신용등급과 소득 수준이 일정 기준 이하이고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어려운 경우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이다.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사전채무조정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은 정책 당국이 결정할 문제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하우스푸어에 대해 사전채무조정을 하는 것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