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연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공조를 강조함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장론자인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정부 정책과 발맞추기 위해 한은이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이다.

김 총재는 지난 21일 한국경제학회 등 56개 경제학 관련 학회가 공동 주관한 '201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통화정책'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여러 거시경제정책과 구조개혁 정책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통화정책도 (정부정책과)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조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에 참석한 한 경제전문가는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금리인하를 꾸준히 주장해왔던 현오석 KDI 원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것을 감안해 한은이 성장기조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최근 정책공조를 부쩍 언급하는 것은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발언에 대한 채권 전문가들의 반응은 갈렸다.

한 채권 전문가는 "3,4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면서 "한은이 올해 두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정부 출범 이후에 실행하기 위해선 저성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성장모멘텀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을 한은이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채권 전문가는 "오히려 이번 발언은 현재 기준금리가 충분히 경기완화적이기 때문에 신 정부가 추경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면서 "올해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선 한은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히 높게 형성돼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가 언급한 '정책공조'는 그동안 강조해온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는 항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따로 가서는 안된다고 얘기해왔기 때문에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총재 역시 지난 2월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가 들어오니까 중앙은행이 타이밍을 맞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