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가계가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소비성향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금융위기 처음으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2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평균 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치인 74.1%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08년 75.9%로 떨어지고 나서 2010년 77.3%로 반등했으나 이후 2년째 하락했다. 반면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의 비중인 가계 흑자율은 25.9%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6.1% 늘어난 407만7000원으로 처음으로 400만원을 돌파했다. 가계 소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7.7%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월평균 소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 늘어난 409만3000원이었다. 그러나 소비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4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2008년 3분기~2009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245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기가 좋지 않았던 4분기에는 241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실질로는 0.3% 감소했다. 지난해 세금, 보험료 등 비소비 지출은 75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5.1% 늘었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자산 가치 하락과 빚 부담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보육료 지원 등 정부 정책이 소비 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경기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 지출 12대 품목을 보면 정부의 보육료, 대학 등록금 지원으로 교육 지출은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주류ㆍ담배, 의류ㆍ신발 지출은 각각 2.9%, 1%, 5.9% 증가했지만 모두 전년 증가율인 7.1%, 1.2%, 7.4%에 못 미쳤다. 반면 통신, 오락ㆍ문화 지출은 각각 6.6%와 5.2%로 전년보다 증가율이 확대됐다.

소득 분위별로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전체 가구보다 높았다. 지난해 소득 증가율은 1분위(하위 20%)가 7.7%로 가장 높았고, 2분위(6.4%)도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5분위(상위 20%)는 6.1% 증가했다. 소비 지출의 경우 2, 4분위(0.8~1.5%)의 증가율이 나머지 분위(2.6~4.7%)에 비해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