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객 7000만명 시대다. K팝 등 한류 바람이 거센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천공항 인프라, 여기에 항공사들의 다양한 기내 서비스가 국내외 여객 수요를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국적기 항공사들은 최근 들어 기내식 업그레이드와 차별화로 승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웰빙과 한류 바람을 타고 다양한 한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데, 대한항공이 1990년 처음 내놓은 비빔밥이 대표적이다. 비빔밥은 외국인들에게까지 인기를 끌면서 대한항공 중장거리 국제선 승객 60%가 찾는 유명 요리가 됐다. "꼭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먹겠다"며 대한항공을 고집하는 승객까지 있었다.

대한항공은 이후 갈비찜·잡채밥·낙지덮밥·냉면·꼬리곰탕·막걸리 쌀빵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자체 개발한 동치미국수와 영양밥을 서비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콩나물밥·영양쌈밥·춘천닭갈비 같은 한식은 물론 백김치를 곁들인 스테이크, 묵은지 김치 베이컨 말이 등 김치를 이용한 양식 메뉴까지 내놓았다.

김치찌개·동치미국수까지

다음 달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의 일등석 기내식 메뉴로 김치찌개가 다시 등장한다. 지난해 3~4월, 9~10월 2차례에 걸쳐 기내식으로 등장했는데, 승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인천~LA·뉴욕 노선에도 김치찌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서비스 담당 백선철 상무는 "기압이 낮은 기내 특성상 승객들이 얼큰한 메뉴를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김치찌개를 준비했다"며 "이젠 외국인 승객도 즐긴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 공기를 2~3분마다 완전히 바꾸는 환기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김치찌개 냄새로 인한 항의를 아직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여객기 기내식이 100종이 넘는 식단을 갖춰 ‘구름 위 정찬’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는 김치찌개, 쌈밥, 비빔국수, 토종닭 요리(왼쪽부터).

육수 개발 위해 300번 배합 실험

차별화된 기내식 메뉴가 그냥 나오는 건 아니다. 대한항공은 메뉴를 고를 때 영업부서와 관련 부서 전문가들이 모여 수백 번씩 음식을 만들어 기내 서비스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쫄깃한 식감이 생명인 국수를 만들 때는 기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퉁퉁 붇지 않도록 면 자체를 여러 번 숙성시킨 '고탄력면'을 만들었다. 외국인들이 냄새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동치미 육수를 만들 때에는 300번이 넘는 배합 실험을 거쳤다. 대한항공은 회사 소유의 제주 제동목장에서 방목 생산하는 한우와 토종닭을 이용하는 등 재료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명 요리사·식당과 손잡고 다양한 기내식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궁중음식 기능 보유자인 한복려 원장의 '궁중음식 연구원'과 제휴해 궁중정찬을 선보였고, 유명 요리사인 '에드워드 권'과 업무제휴를 통해 색다른 메뉴를 내놓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의 이런 노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비빔밥과 비빔국수로 기내식 분야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국제기내식협회(ITCA) 머큐리상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 중국 최대 여행전문지인 월드 트래블러에서 뽑는 '세계 최고 기내식 항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영양쌈밥 역시 ITCA 머큐리상 금상을 받았다.

해외 항공사들도 프리미엄 기내식 경쟁

해외 항공사들도 돈 되는 승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기내식 업그레이드에 힘쏟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영국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 등으로 구성된 '국제 요리사 자문단'을 운영하며 세계인의 입맛을 연구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에티하드항공은 일등석 고객에게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 출신의 유명 요리사들이 기내에 탑승해 코스 요리를 내놓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세이패시픽항공사는 승무원이 밥·토스트·계란을 즉석에서 요리할 수 있도록 전기밥솥과 프라이팬을 기내에 최초로 비치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식은 승객들이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승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내식 개발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